샌프란시스코 한미 외교장관 회담서 중동 정세 논의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이 이란 사태와 관련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미국은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한 한국의 역할을 언급하며 사실상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했으나, 한국은 이에 즉답하지는 않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 포시즌스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50분간 회담을 가졌다. “두 장관은 최근 중동 내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평화와 안정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을 같이 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15일 발표했다. 이어서 열린 한ㆍ미ㆍ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세 나라는 최근 중동 정세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강 장관은 회담 뒤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에 경제적 스테이크(이득)가 걸린 나라들은 다 기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다”며 “한국도 관심을 갖고 기여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게 미국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호르무즈 파병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은 파병 결정을 선뜻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강 장관은 “이 지역 내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생각하고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우리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란과 이라크에는 290여명과 1,600여명의 우리 교민이 체류 중이다. 파병 시 한국 교민과 기업이 이란 또는 이란 추종 단체 사이에서 적대세력으로 간주될 수 있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담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한 큰 틀에서의 의견 교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양국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나, 방위비 분담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독려하자는 의견이 오갔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 한미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를 6시간 넘게 진행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양측은 15일까지 회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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