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톡 인근 항구서 출발
해상보다 운송 기간 절반 줄어
한국과 중국 화물을 선박이 아닌 열차로 동유럽까지 운송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운송이 걸리는 기간을 해상보다 최대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어 국내 수출기업들에게는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LG그룹 계열 물류기업 판토스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해 한국이나 중국에서 유럽까지 화물을 운송하는 신규 서비스를 올 상반기 중 시작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를 위해 판토스는 러시아 물류기업 ‘트랜스컨테이너’로부터 국내 TSR 운송 독점 공급권을 확보하기로 하고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관련 계약을 맺었다.
이 서비스의 출발점은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톡 인근 보스토치니 항구다. 한국과 중국에서 배를 타고 온 화물이 보스토치니항에서 TSR을 통해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까지 곧바로 운송되는 것이다. 철도 운송 거리만 약 1만1,000㎞에 달한다.
판토스는 고객사인 LG화학이 한국과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과 관련 장비들을 지난해 12월부터 이 경로를 이용해 시험운송 하고 있다. 주변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 배터리의 특수성을 감안해 철로에서는 화물을 온도 조절이 가능한 특수 컨테이너에 실었다고 판토스 측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화물이 TSR로 유럽에 운송된 적은 종종 있었지만, 배터리처럼 폭발 위험이 있는 화물이 운송되는 건 처음이다.
배터리를 비롯해 많은 수출입용 화물은 대부분 해상으로 운송되고 있다. 한국에서 동유럽까지 해상 운송은 35~40일이 걸린다. 판토스는 TSR을 통한 이번 서비스를 이용하면 21~23일에 운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용호 판토스 부사장은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하는 시기에 핵심 부품인 배터리 운송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서비스가 우리 기업들의 수출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열차는 목적지까지 가는 화물을 많이 확보할수록 운송비용이 줄고 효율성도 높아진다. 따라서 판토스는 한·중·일 배터리 물량뿐 아니라 냉장물품, 자동차 등 화물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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