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겸 EU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14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기자들에게 프랑스와 영국, 독일의 이란 핵합의 분쟁해결 절차 착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트라스부르=로이터 연합뉴스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의 탈퇴 선언에 흔들리는 이란 핵합의(JCPOAㆍ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대화와 협상을 위한 마지막 갈림길에 섰다. 핵합의 산파 역할을 맡았던 프랑스와 독일, 영국이 이란에 합의 준수를 요구하는 최후 통첩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자신하는 미국의 태도를 고려하면 사실상 합의 파기 수순에 들어갔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유럽 3개국 외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내고 이란의 핵합의 위반과 관련한 ‘분쟁해결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체결된 핵합의에는 이란의 의무 불이행 시 다른 합의국들이 이행을 권고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가 명시돼 있다. 여기서도 타협에 실패하면 안건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로 넘어가고, 안보리는 30일 안에 대이란 제재 복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화로 핵합의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성명은 이란 정부를 겨냥했지만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여 미국의 결자해지를 촉구하는 메시지도 담았다. 보리슨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협상가라고 자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기존 합의를 대체할 ‘트럼프 딜’을 제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분쟁해결 절차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이란과 반대로 의기양양한 미국이 접점을 도출하기는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BBC는 해당 절차를 “핵합의 사망 기사에 필요한 첫 공식 조치”로 깎아 내렸다.

특히 협상 열쇠를 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 어떤 권고안이 나오더라도 미국은 불만을 표시하며 종착역인 유엔 제재 재개로 끌고 갈 확률이 높다. 로버트 몰리 국제위기그룹(ICG) 대표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고를 계기로 다시 반정부 시위로 돌아선 이란 상황을 보면서 현지 정부에 무엇도 양보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그는 13일 트위터에 “이란이 협상을 하든 말든 신경을 안 쓴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란 역시 분쟁 절차 참여에 부정적 입장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이 절차는 법적 근거가 없다. 정치적 관점에서 전략적 실수”라고 비난했다. 이란 지도부는 현재 2인자 가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한 미국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항공기 오인 격추 사건으로 불거진 국민 분노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협상이 끝내 결렬되면 2015년 7월 미국을 포함한 서방 6개국과 이란이 경제제재 해제와 핵 프로그램 동결을 맞바꾸며 체결한 핵합의는 4년여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지구촌의 핵 위기 수위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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