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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지 않아도 괜찮아” … ‘스토브리그’ 은근한 위로로 '시청률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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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지 않아도 괜찮아” … ‘스토브리그’ 은근한 위로로 '시청률 홈런’

입력
2020.01.15 16:14
수정
2020.01.15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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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꼴찌 야구팀 드림즈의 단장을 맡은 백승수(남궁민 분). SBS 제공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꼴찌 야구팀 드림즈의 단장을 맡은 백승수(남궁민 분). SBS 제공

“설 연휴에 결방하면 선 넘는거야!” “영화나 예능보다 시청률 잘 나올테니 편성 바꿔라.”

설 연휴 명절 프로그램 방영 때문에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24ㆍ25일 결방 소식이 전해지자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 난리가 났다. “어쩔 수 없이 결방하면 제발 굿즈(Goodsㆍ기념품)라도 만들어서 판매하라”는 요청도 속출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꼴찌 야구팀의 고군분투기를 다룬 드라마 스토브리그가 ‘스토브리그 앓이’ 신드롬을 낳으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현실 야구판과 70%나 닮았다”는 평이 나올 만큼의 현실감에다, “강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약자를 위로하는 메시지가 인기 비결로 꼽힌다.

15일 방송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첫 방영된 금토 드라마 스토브리그는 지난 11일 9회 시청률 15.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호응이 만만치 않다보니 증권가에서는 스토브리그의 시청률을 근거로 “지상파의 변화가 확인됐다”며 올해 SBS의 실적 개선을 전망하기도 했다. KBS의 ‘동백꽃 필 무렵’과 함께 ‘지상파 드라마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평가다.

스토브리그는 야구 드라마지만, 선수나 경기 자체가 아니라 구단에서 일하는 직원(프런트)들이 극의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드라마 제목인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겨울에 야구팬들이 난로(스토브)에 모여 앉아 자유계약선수(FA) 등 다음 시즌 운영에 관해 자유롭게 떠드는 모습을 또 하나의 리그에 빗댄 말이다.

스토브리그에서 야구팀의 여성 운영팀장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눈길을 끈 이세영(박은빈 분). SBS 제공
스토브리그에서 야구팀의 여성 운영팀장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눈길을 끈 이세영(박은빈 분). SBS 제공

일반인에겐 상대적으로 생소할 구단 운영 뒷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위해 제작진은 SK와이번스와 한화이글스 등 실제 프로팀은 물론, 다양한 야구 마니아들을 취재했다. 지난해 8월부터 드라마 제작에 자문역으로 참여한 신민철 SK와이번스 홍보그룹 매니저는 “현실 야구계의 60~70% 정도를 묘사해내는데 성공했다”며 “그러다 보니 야구선수들도 즐겨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 변호사 등을 내세운 전문직 드라마들이 정작 전문직 당사자들에게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와 다르다.

실제로 드라마에선 야구팀이 통계나 수학을 통해 전략을 세우는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를 활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과학적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 요즘 야구 흐름과 부합한다. 재정난으로 선수 연봉이 30%나 깎인다거나 ‘투수는 귀족, 외야수는 상인, 내야수는 노비, 포수는 거지’와 같은 선수 간 위계에 관한 설정도 실제 프로선수의 인터뷰에서 따온 것들이어서 생생한 현실감을 더 한다. 다만 신민철 매니저는 “구단 내 특정인이 뒷돈을 받고 일방적으로 선수를 채용한다거나, 선수들이 단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무례하게 행동하는 건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극적 재미를 위한, 다소 현실과 다른 설정이란 설명이다.

스토브리그의 소재는 스포츠이지만, 드라마는 직장생활의 일상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오피스물’의 성격도 강하다. 야구장 못지 않게 회식, 회의 장면이 자주 나온다. 사내 파벌 간 반목, 외부 출신 직원에 대한 경계, 관리자와 직원들 사이의 알력 다툼 등 드라마 속 사건들은 여느 일반 회사와 다를 바 없다.

드라마 제작진은 “타성에 젖어 대충 살고 있는 사람들을 뒤흔들고 조직의 부조리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의 ‘사이다 리더십’에 사람들이 뜨겁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극중 주인공들의 야구팀 ‘드림즈’는 팬들의 눈물마저 메마른 만년 꼴찌팀이다. 촬영이 끝나지 않은 탓에 최종화에서 드림즈가 꼴찌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진 미지수다. 그러나 드림즈의 성패는 중요하지 않다.

이신화 작가는 “드라마와 프로야구팀 성적은 사람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평가를 받는데, 우리 사회는 꼴찌(약자)에게 가혹하다”며 “강하지 않더라도 땀방울을 흘리고 보람을 느낀 이에게 격려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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