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여수국가산단 대기업과 측정대행업체 임직원 87명이 대기오염물질 측정치 조작 혐의 등으로 무더기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지난해 4월 영산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9개월 만에 관련자들을 모두 기소하면서 수사가 마무리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대기오염물질 측정기록을 조작한 혐의(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로 대기업 임직원 3명과 측정 대행업체 임직원 2명 등 5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배출업체 임직원 68명과 측정대행업체 직원 14명 등 82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그동안 배출업체 12곳과 측정대행업체 4곳을 수사했다. 1차 수사 결과 지난해 7월 배출업체 공장장과 임원, 측정업체 대표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27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지난해 9월 2차 수사에 나선 검찰은 배출업체 직원 1명을 추가로 구속기소하고 5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환경부 조사 결과 측정대행업체들은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물질을 축소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GS칼텍스,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등 여수산단 대기업 등 12개 사업장은 조작된 측정값을 환경 당국에 제출하다 적발됐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여수산단 대기업들이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2015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자가 측정 결과를 실제 측정 결과보다 낮게 조작하거나 실제 측정 없이 임의로 측정값을 생성해 대기측정기록부를 허위로 기록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측정치 조작으로 공무원의 지도점검, 부과금 부과 등 업무를 방해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준을 넘어선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행위는 현행법상 매우 제한적인 요건에서만 처벌이 가능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특정 대기유해물질은 고의·중과실에 의한 기준초과 배출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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