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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전전 20대, 공공근로 60대 “고용, 뭐가 나아진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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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전전 20대, 공공근로 60대 “고용, 뭐가 나아진 건지…”

입력
2020.01.15 14:25
수정
2020.01.15 18:4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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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근로자수 절반이 20대와 60대… 정부, 고용지표 숫자에만 초점

게티 이미지 뱅크
게티 이미지 뱅크

#. 28살 이모씨는 대학 졸업 후 인턴으로만 4년 근무했다. 그간 정규직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애초 사회 경험을 쌓는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인턴 생활이 이제는 본업이 된 느낌이다. 이씨는 “인턴을 거쳐 정규직이 되는 외국 회사와 달리 우리는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바로 퇴사해야 한다”며 “반면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 30살이 되기 전 인턴 생활을 끝내고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 63살 유모씨는 정년퇴직 후 구청에서 시행하는 공공근로자로 생활비를 벌어 쓰고 있다. 연봉은 낮아도 안정적으로 다닐 직장을 구해봤지만 60살 넘은 사람을 쓰겠다는 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유씨는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노후 준비는 제대로 안돼 있어 공공근로에 의지해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30년 직장 생활 경험이 사회로부터 깡그리 무시당한 거 같아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가 30만명 넘게 늘어나는 등 고용 통계는 반등했지만, 사회 초년생인 20대부터 경제의 허리인 40대, 퇴직 후 제2인생을 준비하는 60대까지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동의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부의 고용통계가 질보다는 ‘숫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고용 현장의 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개선된 고용지표를 근거로 지금의 일자리 정책에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임시ㆍ일용직 비율이 높은 20대와 60대의 고용 불안감 등을 해소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일보가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 시장에서 임시ㆍ일용 근로자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60대였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60대 이상 임시 근로자 수(월평균)는 122만3,000명으로 전체 임시 근로자(480만3,000명)의 25%를 넘어섰다. 특히 60대는 정규직 등 상용근로자(102만8,000명) 수보다 임시 근로자 수가 더 많았다.

20대 임시 근로자 수도 99만8,000명으로 전체의 20.7%에 달했다. 20대와 60대 임시 근로자 수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50대 임시 근로자 수도 96만4,000명으로 20대의 뒤를 이었다.

임시 근로자보다 직업 안정성이 더 낮은 일용 근로자 시장 상황은 연령별 쏠림이 더 심했다. 50대와 60대의 일용근로자 수는 각각 44만7,000명과 35만4,000명으로 전체(143만명)의 56%에 달했다. 사실상 정규직에서 밀려난 장년과 노년층 상당 수가 일용 근로에 의지해 경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50대와 60대의 취업률이 각각 75.9%와 41.5%로 전년 대비 개선됐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일용ㆍ임시 근로 시장 주축이 50, 60대인 점을 감안하면 질적 측면을 제외한 숫자 중심의 성과 평가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 허리인 40대는 취업자 수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를 겪고 있다. 고용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속에서도 지난해 40대 취업자 수(65만4,000명)는 16만2,000명 줄었다. 이는 지난 1991년(26만 6,000명)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이후 5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질 좋은 일자리를 위한 중장기 대책보다, 당장의 고용지표 개선을 위해 정부 예산을 이용한 단기 일자리 확대에 정책을 집중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선된 고용 지표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 젊은 층과 노년층의 단기 일자리를 늘린 영향이 크다”며 “이러한 대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만큼, 노년층 재교육과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데 관련 예산을 집중하는 등 중장기적인 일자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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