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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준 부모 신상공개…법원 “명예훼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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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준 부모 신상공개…법원 “명예훼손 아니다”

입력
2020.01.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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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도 ‘무죄’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씨. 박소영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씨. 박소영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배드파더스 운영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7명)도 전원 무죄 의견을 냈다.

배드파더스 운영자인 구본창(57)씨의 행위가 공공의 이익 실현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재판은 전날 오전 11시30분부터 13시간 넘게 진행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구씨는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라는 제보를 받은 사람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주소, 직업, 미지급 양육비 등의 정보를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신상정보를 공개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다수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고, 문제 해결 방안이 강구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구씨와 함께 기소된 양육비 미지급 사례 제보자 A씨에게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배심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원 유죄 및 벌금 50만원 의견을 냈다. A씨는 배드파더스 활동 외에 양육비를 주지 않은 상대방에 대해 욕설을 섞은 게시물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과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양육비해결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10월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과 양육비 미지급 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2018년 9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배드파더스로 인해 정보가 공개된 부모 5명(남성 3명, 여성 2명)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했다.

검찰은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구해 9명 중 7명으로부터 기소 의견을 받아 종국적으로 지난해 5월 구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은 구씨 사건의 경우 일반적인 명예훼손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구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검찰은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무책임한 아빠(엄마)들’이라는 제목의 글에 담긴 이름과 사진, 양육비 미지급 사실, 거주지, 직장 등 정보는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내용에 해당 한다”며 “사인(私人)인 피해자 개개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볼 수 없고, 이들에게 확인절차도 없이 과다한 개인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로 인해 침해된 사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씨 측 변호인은 “양육비는 단순한 금전적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이 사건은 가해자가 명예훼손을 이유로 피해자 행세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공익적 목적으로 활동해 왔으며, 그를 처벌하는 것은 정의에 반하는 일”이라며 “이번에 처벌이 이뤄진다면 비난이 두려워 숨죽이고 있는 가해자들까지 피고인을 고소하려 나설 것”이라고 변론했다.

구씨도 재판부에 “한국에는 양육비 피해아동이 100만이나 된다”며 “아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최후 진술을 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수원지법 제공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수원지법 제공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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