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 미국서 9개월여 만에 회담
호르무즈 파병, 북한 동향 등 다각도 대화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팰로앨토에서 한미 외교장관을 갖고 한반도 현안과 한미동맹 및 중동 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악화하는 중동정세와 맞물려 ‘모든 국가의 공동 노력을 통한 호르무즈 해협 및 중동 정세 안정 기여’를 역설해 한국 측에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에 동참할 것을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14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북한에 대한 한미 간 지속적인 긴밀한 조율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양 장관은 현재 한반도 문제 관련 상황 평가를 공유하고, 굳건한 한미 공조 하에 비핵화 대화 프로세스 동력 유지, 북미 대화 재개 및 남북관계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한미 외교장관은 향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지 도발이 없는 점을 미뤄,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은 만큼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조를 강화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된 남북협력 방안 등 우리 정부의 적극적 의지를 충분히 설명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최근 긴장이 고조되는 중동 지역 내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양 장관은 뜻을 같이 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지역의 불안정이 야기되면 유가가 상승하고 국제경제 전체적으로 파급효과가 크다는 측면을 들어 모든 국가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기업 보호이며, 우리 석유 관련 제품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안정이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정부 당국자는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들의 안전문제”라면서 “한미동맹과 이란과의 외교관계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를 고려하면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미 방위비 분담 관련해서도 큰 틀에서의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양 장관은 현재 워싱턴 DC에서 진행 중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전을 낼 수 있도록 독려해나가자는 의견을 교환했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회담이 종료된 후 보도자료를 내고 “양 장관은 한미동맹의 지속되는 힘을 높이 평가하고 미국의 인도ㆍ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남방정책 협력에 대한 약속을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한미일 삼자 협력의 중요성도 논의했으며 지역적ㆍ국제적 여러 사안에 대해 긴밀히 협력을 계속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후, 한미일 외교장관회담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연이어 가졌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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