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LNA 지도자 서명 거부
트리폴리 남부서 교전 재개
리비아 내전 당사자들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마라톤 휴전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서명에 이르지 못하고 빈 손으로 돌아섰다. 리비아 동부를 장악한 리비아국민군(LNA)이 최종 서명을 거부하면서 그간 러시아와 터키의 중재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상대 진영을 지원해온 터키 측은 “교훈을 얻게 해주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LNA의 지도자인 칼리파 하프타르 사령관과 리비아통합정부(GNA)를 이끄는 파예즈 알사라즈 총리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각각 러시아와 터키 외교 및 군사 당국자들과 만나 7시간 가량 휴전협정 체결을 논의했다. 다음날 알사라즈 총리는 휴전협정 문서 초안에 서명했지만 하프타르 사령관은 “시간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가 서명하지 않은 채 돌연 리비아로 돌아갔다고 통신은 전했다. 두 지도자 간 만남도 이뤄지지 않았다.
협상 과정에서 하프타르 사령관은 협정문 초안에 LNA군의 여러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랍권 알아라비아 방송은 그가 자기 휘하 부대의 수도 트리폴리 진입 허용, 동부지역 의회의 신임을 받는 통합정부 구성, GNA를 지원하는 터키의 간섭 배제 등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협상이 결렬된 이후 트리폴리에서는 교전이 재개됐고 LNA는 “단호하게 승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성명을 내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합의 무산에 분노한 터키는 즉각 LNA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집권당 회의에서 하프타르 사령관을 향해 “교훈을 얻게 해주겠다”며 “만약 리비아의 합법적인 정부와 우리 형제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한다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NA 편에 서온 러시아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추후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우리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남은 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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