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우울증으로 극단적 선택”… 부모 “못 믿겠다” 시신 인계 거부
안치 비용 2억1000만원 눈덩이… 유족 연락 끊겨 병원만 난감
복무 중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의무경찰 시신이 10년째 인천의 한 병원에 방치돼 있어 주변의 가슴을 태우고 있다. 부모가 아들의 죽음에 의혹이 있다며 시신 인계를 거부했기 때문인데, 현행 법이나 제도상 부모 동의없이 시신을 처리할 방법이 없어 병원 측 고민만 커지고 있다. 경찰과 지방자치단체도 딱히 해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14일 인천경찰청과 가천대 길병원에 따르면 2010년 5월 5일 인천 남동경찰서에서 의경으로 복무 중에 숨진 A씨(당시 20세) 시신은 10년째 길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 있다. 시신 보관용 냉장고에 들어있는 A씨 시신은 현재 ‘반 미라’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부모가 시신을 넘겨 받지 않고 있어 묘지나 화장터로 가지 못한 채 안치실에 계속 놓여있는 것이다. 경찰은 당시 A씨가 숨지자 조사를 벌여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A씨 부모는 “그럴 리가 없다. 아들 죽음에 의혹이 있다”면서 장례를 치르지 않았고 시신도 넘겨 받길 거부했다.
병원 측은 A씨 부모에게 수 차례 시신을 인계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병원 관계자가 지난 2017년 A씨 부모 집을 방문했으나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강한 질책을 들어야 했다. 당시 A씨 아버지는 흉기도 꺼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는 연락마저 끊겼다.
지방자치단체는 보통 한달여간 무연고 사망자 공고를 낸 뒤 연락이 없으면 직접 시신을 화장해 무연고 묘지에 안장한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은 무연고 사망자 시신 처리도 검토했으나 유족이 있는데다 A씨 부모가 시신 처리 위임서에 서명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 법적으로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하루 6만원인 안치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현재 2억1,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에는 시신 2구를 안치할 수 있는 냉장고 8기가 있지만 A씨 시신이 있는 냉장고는 사용하지 못해 현재 7기만 쓰고 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와 경찰은 병원 측만 바라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A씨 부모)과 병원이 협의해 하루 빨리 장례가 치러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A씨 부모에게 시신을 인계 받으면 도의적인 차원에서 안치비용은 받지 않고, 시신 처리를 위임하면 무연고자 절차에 따라 화장해 안장할 계획을 밝혔으나 답이 없는 상태”라며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지자체가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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