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ㆍ수사관행 고치면 국민 신뢰”당장의 불신임보단 한번 더 기회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국민과의 대화’에서 “검찰 내부 개혁에 관해 윤 총장을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던 때와 온도 차가 났다. 다만 문 대통령은 14일 “국민의 비판을 받는 검찰 조직 문화나 수사 관행을 고치는데 윤 총장이 앞장선다면 국민으로부터 훨씬 많은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해 윤 총장을 당장 불신임하기보다는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 체제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윤 총장의 지난 6개월간 직무를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검찰이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답한 것은 의미심장한 장면이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은 이른바 ‘엄정한 수사’ ‘권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 같은 면에서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용맹한 검사 윤석열’의 능력은 인정하지만, ‘검찰개혁을 저지하는 검찰총장 윤석열’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메시지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반(反)개혁적 행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는데 자꾸 나무란다는 점에서 억울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며 “수사권이 절제되지 못하고, 피의사실 공표로 여론 몰이를 하는 등 초법적 권력과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고 있기 때문에 검찰 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권력형 비리에 대해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자세로 국민께 희망을 받았다”고 높이 평가했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 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는 격려도 덧붙였다. 그러나 6개월 만에 윤 총장에 대한 ‘열정적 신뢰’가 차갑게 식은 것이다.
조국 사태가 정점이었던 지난해 10월이 그 시작이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환상적 조합에 의한 검찰 개혁을 희망했지만, 꿈 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이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ㆍ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을 겨냥한 검찰의 압박 수사에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신뢰를 끝내 거둬 들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검찰 인사 단행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이 충돌한 것과 관련, 문 대통령은 “그 한 건으로 윤 총장을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윤 총장 체제의 ‘셀프 개혁’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어 보겠다는 뜻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개혁 입법 완료 이후 검찰 조직 문화 개선 과제가 남아 있는 만큼, 윤 총장을 ‘조건부 신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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