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재단 세미나… “금리인하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
정부가 지난해 나랏돈을 대거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음에도 민간 경기는 오히려 침체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중에 풀린 돈이 민간투자 대신 정부의 복지에 치중된 영향이라는 주장이다. 올해 경기 반등을 위해서는 자금이 투입될 우선순위를 보다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니어(NEAR)재단(이사장 정덕구)이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2020년 한국경제 회생의 길’ 세미나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확장재정 운용과 팽창적 통화정책 등 지난해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히려 민간의 경제성장률을 하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소비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돈을 풀면 민간부문이 활력을 보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470조원대 예산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500조원 이상의 재정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주 실장은 “늘어난 재정은 성장보다 복지에 치중되고, 저금리로 풀린 돈은 실물부문 대신 자산시장에 집중된 탓”이라고 민간경기 침체 배경을 설명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재정정책의 우선 목표를 ‘사회양극화 해소’에서 ‘성장 잠재력 확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재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분야별 우선순위 설정과 각 사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홍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 비해 낮은 복지수준과 국내 재정여력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한 정책 방안이 나와야 한다”며 효율적인 재정운용을 강조하기도 했다.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어,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예상된다”면서도 “기준금리 인하로 기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고 꼬집었다. 이미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한데다 기업 역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탓에 대출을 통해 자극되는 투자 심리가 약화됐다는 게 그 이유다.
정부가 지나치게 포괄적인 정책 목표를 제시해 경제정책 불확실성이 오히려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 ‘소득주도성장’, ‘새로운 국가건설’ 등 어떤 결과를 기대해야 하는 지 불명확한 정책 대신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그래야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도 적합한 정책에 대한 다음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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