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비활동기간(12~1월) 준수를 놓고 구단과 선수들은 오랜 기간 줄다리기를 벌였다.
2월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해 11월 마무리훈련까지 10개월 동안 쉬지 않고 야구하는 선수들에게 단 2개월만이라도 완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의 줄기찬 주장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단체 훈련은 사라졌지만 선수들은 겨울에도 각자 개인훈련을 통해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그러나 저연차ㆍ저연봉 선수들은 자비를 들여 해외 캠프를 떠나거나 사설 트레이닝센터를 이용하기 버겁고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하다.
이에 선수협과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는 지난해부터 구상했던 대안을 올해 실천에 옮겼다. 지난 6일부터 제주 서귀포시 강창학야구장에서 진행 중인 ‘시즌 중 부상예방과 경기력 향상을 위한 트레이닝 캠프’다.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일 LG 트레이닝코치를 비롯한 10명의 트레이너들이 재능기부에 뜻을 함께 했다. 스포츠과학 전문가 스티브 홍도 동참했다.
19일까지 2주 프로그램으로 캠프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모두 16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2년차를 맞는 KIA 우완투수 홍원빈, LG 포수 김성진, 지난해 30세의 나이로 1군 데뷔전을 치른 LG 투수 류원석, 미국프로야구 캔자스시티의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서 뛰었던 유망주 진우영 등이 합류했다. 김민성과 유강남(이상 LG)은 주전 선수들이지만 소속팀인 김용일 코치의 도움을 받고자 참가했다.
14일 서귀포시에서 만난 김용일 코치는 “참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베테랑이든 유망주든 대부분 사연 있는 선수들”이라며 제주 캠프의 의미를 부여했다. 김 코치는 “겨울철에 선수들은 대부분 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만들고 스프링캠프에 가는데 근력 운동만 하고 가서 투구와 배팅을 갑자기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부상 방지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이어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면서 팀에 도움이 돼야 전반적인 야구수준이 올라가는 것 아니겠느냐”며 “겨울 훈련을 제대로 못했던 선수들이 한데 모이면서 KBO리그 전체적으로 소득이 있는 캠프라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평가는 선수들의 몫이다. 올해 캠프가 끝난 뒤 선수들에게 설문을 통해 내년에도 시행할지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귀포=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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