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발업자가 8년 전 수해를 유발한 경북 고령의 한 야산에 토사 채취를 추진해 논란이다. 완벽한 수해 예방책을 마련한다지만 주민들은 과거 수해유발 면적보다 수십배나 되는 산림이 훼손될 수밖에 없어 자칫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21일 고령군과 주민 등에 따르면 경남지역 한 개발업자가 고령군 덕곡면 예리 산 23 등 2개 필지에 내년 말까지 논밭에 흙을 바꾸는 객토나 땅을 돋우는 성토용으로 토사(마사토) 20만3,000여㎥를 채취하겠다며 최근 개발허가를 신청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 업자 측이 마련한 주민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주민은 “마을뒷산 급경사지에 토사를 채취하겠다는 것은 자칫 마을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허가반대 주민서명을 받아 조만간 군에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 반발은 2012년 9월 태풍 산바 때 악몽 때문이다. 당시 집중호우로 마을 뒷산에서 쓸려 내려온 토사가 배수로를 막았고, 농경지로 흘러 넘쳐 딸기재배 비닐하우스와 벼논을 덮쳤다.
수해를 유발한 주범으로 토사채취 예정지역 아래 있는 창고가 지목됐다. 창고부지를 정지 과정에 드러난 맨땅과 막힌 배수로 때문에 토사가 산더미처럼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작은 창고 하나 때문에 그렇게 큰 피해가 났는데, 그 위에 몇십배 면적의 토사채취장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 마을에 자칫 재앙을 몰고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사채취계획에 따른 산림훼손 면적은 2만9,821㎡로 창고건축 과정에 파헤친 면적의 수십배나 된다.
이에 대해 업자 측은 토사를 계단식으로 채취해 산사태 위험을 방지하고, 채취 후에는 복구대상 산지에 대해 풀씨를 뿌리고 거적으로 덮는 한편 속성수인 오리나무를 심어 산림을 원상복구하겠다는 계획을 내 놓았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무리 완벽하게 하더라도 창고보다 산림훼손 면적이 넓고, 다시 산바 같은 태풍이 온다면 우리마을은 절단”이라고 말했다. 또 “8년전 수해 때 1억원 이상 피해가 났지만 보상금은 기껏 1,500만원 정도였다”며 “무슨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며 강한 불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산 아래 도로 건너 농경지에는 8년 전보다 훨씬 큰 비용을 들여 지은 딸기고설재배 비닐하우스 등이 밀집해 수해가 나면 피해규모는 당시보다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고령군 관계자는 “아직 허가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산지관리법, 환경관련법, 재해관련법, 문화재관련법, 하천정비관련법 등 제반 법률을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전혀 문제가 없을 경우에 허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홍국 기자 c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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