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ㆍ병실 배정ㆍ닥터헬기 등 운용 놓고 갈등 쌓여
이 센터장의 공개 비판에 욕설 섞인 막말로 파문 커져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이국종 아주대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에게 도를 넘어선 막말과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외상센터 운영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병원 안팎에서는 이 센터장이 응급 외상 환자를 위한 병원의 지원 부족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심기가 불편해진 유 의료원장이 폭발한 것으로 진단하면서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의료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양측의 갈등을 중재한 상황에서 이 센터장을 향한 유 의료원장의 욕설 파문이 뒤늦게 알려지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닥터헬기 배치 등에 앞장서 온 이 센터장과 병원의 갈등이 표면화됨에 따라 자칫 속도를 내던 응급의료 시스템 개선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14일 아주대병원 전ㆍ현직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유 의료원장과 이 센터장 간 갈등의 출발선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판문점을 통해 남한으로 귀순한 오창성씨의 총상사고 이듬해 정부가 중증외상대책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지원책이 발단이 됐다. 당시 오씨를 치료했던 이 센터장이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자 정부는 외상센터에 연간 20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간호인력 1명당 4,000만원씩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유 의료원장과 이 센터장의 갈등은 이후 구체화됐다. 정부 대책 이전 아주대병원은 외상센터 운영기준에 맞춘 64명의 간호인력을 채용한 상태였다. 이에 병원 측은 정부 지원금을 간호사 신규 채용에 쓰는 대신 기존 외상센터 간호사들의 인건비로 사용했다. 이를 두고 이 센터장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감에서 정부가 지원한 외상센터 간호인력 증원 예산을 병원이 전용해 당초 계획보다 절반 정도가 적은 인력만 충원하는 데 그쳤다고 공개 비판했다. 당시 이 센터장은 “중증 외상 환자를 살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데 그런 핵심 가치를 이행하지 못하는 데 대해 한국 사회의 한계라고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갈등은 병실 지원을 두고도 이어졌다. 아주대병원에서 외상환자가 사용할 병실을 내주지 않아 외상센터가 중환자를 받지 못하면서 이 센터장의 불만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아주대병원 측은 “병실이 항상 부족함에도 외상센터를 충분히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이 센터장의 강력한 건의로 도입된 닥터헬기를 놓고도 유 의료원장 측이 탐탁지 않아 하면서 이 센터장과 크고 작은 갈등을 이어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아주대병원에서 교수로 근무했던 의사 A씨는 “의료원장은 병원에서 신(神)과 같은 존재인데 면전에서 병원 운영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니 유 의료원장이 폭발한 것”이라며 “이 센터장이 저서 ‘골든아워’에서 병원이 외상센터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도 유 의료원장의 심기를 거듭 건드렸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그는 “유 의료원장은 이 센터장의 책이 출간된 후 명예훼손 등으로 소송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감사 등으로 아주대의료원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자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윤태호 공공보건정책관과 박재찬 응급의료과장 등의 현장 점검을 통해 원활한 병실 배정을 요청하는 식의 중재에 나섰다. 박 과장은 “당시 유 의료원장 등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전폭적으로 외상센터를 지원해달라고 명확하게 지시했다”라며 “이후로는 병실 문제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욕설 파문이 커지면서 향후 외상센터 운영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 의료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때려치워 이 XX야. 꺼져.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라고 퍼부은 막말 대화록이 13일 공개되면서 양측 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현재 이 센터장은 이달 말까지의 일정으로 미국 샌디에이고에 기항한 해군 순항훈련전단에 합류해 외상센터를 비운 상태다. 15일 귀국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해외 체류 중 병원과의 갈등이 확인되면서 이 센터장이 의도적으로 병원을 떠나 있다는 추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병원 홍보실은 “대화록은 4~5년 전 것”이라고 밝히며 이 센터장의 부재와 갈등이 관계 없음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병원의 다른 관계자는 “조직 최고위층과의 갈등 속에 센터장 역할을 계속 할 수 있을지를 (이 센터장이)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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