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 코드로 장애ㆍ비장애인 감동적 사랑 풀어내”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를 소재로 한 영화 ‘우리(US)’가 아시아태평양영화제(APFF)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14일 이 영화 제작ㆍ배급사인 (주)모인그룹에 따르면 영화 ‘우리’가 지난 8일 마카오에서 열린 제59회 APFF 시상식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APFF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영화산업 진흥과 영화인들의 교류를 위해 1954년 창설된 국제 영화제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인도, 호주 등 18개국이 회원국으로 러시아, 중국 등 4개국이 옵서버로 참여한다.
이 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은 실험정신, 작가주의 등 철저히 작품성 위주로 수상작을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승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멜로물이다.
극작가 ‘우리’는 팔ㆍ다리를 쓰지 못해 입으로 글을 쓰는 중증 장애인이다. 그는 직지를 읽다가 ‘묘덕’이라는 비구니가 직지 간행을 위해 시주했다는 구절에 흥미를 느끼고 묘덕을 주인공으로 글을 쓴다. 이 글을 매개로 우리는 전직 시인 ‘정원’과 사랑에 빠지고, 묘덕은 승려 ‘석찬’에게 연정을 품는다. 두 커플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지순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간다.
APFF 심사위원단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를 직지라는 코드로 연결하고 풀어낸 연출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 영화는 장애를 가진 주인공 역을 실제 장애인이 맡아 촬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우리 역의 조우리(38)씨는 뇌병변 1급 장애인이다. 실제로 그는 입에 막대를 물고 연극 대본을 쓰는 극작가이자 연극 배우이다.
영화는 직지가 간행된 청주 지역 영화인들에 의해 완성됐다. 채 감독과 김영철(53) 촬영감독 등 청주대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이 재능기부로 제작을 주도했고, 부족한 제작비는 뜻있는 청주 시민들이 십시일반으로 후원했다.
채승훈 감독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국제 영화제에서 특별한 상을 받아 영광”이라며 “이 영화가 세계기록유산 직지에 깃든 애민ㆍ평등사상과 장애인 인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인그룹은 영화 ‘우리’의 해외 배급을 추진하고 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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