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외교협회서 연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자제 촉구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의 외교 안보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의 유화적인 대북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자제도 촉구했다.
박 시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미국외교협회 초청 좌담회에서 “한ㆍ미 군사훈련을 잠정적으로 중단하자”라고 제안했다. 2032년 ‘서울ㆍ평양 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한반도 갈등의 불씨를 잠시 꺼두자는 주장이다.
박 시장은 북한에도 군사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7월 일본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만큼 한ㆍ미와 북이 한 발짝씩 양보해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다. 서울ㆍ평양 올림픽 유치가 추진된다면 그 결정이 2021~2022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한미국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 요구의 부작용도 강조했다. 박 시장은 “(미국의) 과도한 요구가 한국 국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위해서라도 방위비 분담금은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조정되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박 시장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제재는 수단일 뿐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봤다. 역사상 제재만으로 굴복한 나라는 없다는 게 박 시장의 주장이다.
박 시장은 제재의 변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갈등이 바로 코리아디스카운트”라며 시의 안전과 경제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위협을 극복하는 수단으론 도시 외교를 꼽았다. 박 시장은 “인도적 차원의 대동강 수질 개선 협력사업과 남북교류 협력기금 4,027만 달러를 확보해 놨다”며 “이런 인도적이고 평화적인 대북협력 사업조차 추진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했다.
박 시장은 좌담회에서 ‘평화를 향한 서울의 전진’을 주제로 연설했다. 박 시장은 연설 후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과 질의 응답도 주고 받았다. 경색된 한ㆍ일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은 박 시장은 “일본이 독일처럼 과거에 대해 명확하고 충분히 배상하고 사과하지 않은 것엔 아쉬운 점이 있다”라며 “그렇다고 한국이 일본 그리고 일본 사람을 무조건 미워하는 것은 아니라 충분히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큰 틀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과 한ㆍ미 군사 훈련 잠정적 중단을 제안했지만, 쉬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과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채 비핵화에 비협조적으로 임하며 미국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남북 올림픽 공동 개최에 적극적으로 임할지도 불투명해 박 시장의 제언이 어떤 결말을 맺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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