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 조정으로 폐쇄… 트와이스 ‘치어업’ 뮤비 찍기도
“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인데, 왜 우리는 갈라서야 하나….”
최근 트로트 가수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지하철이 덩달아 화제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표곡 ‘치어업’ 뮤직비디오 배경이 된 ‘신설동 유령역’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14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이 단순히 ‘시민의 발’을 넘어 문화ㆍ예술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합정역 5번 출구’ 같은 대중가요의 단골 소재다. 1990년 그룹 동물원이 부른 ‘시청앞 지하철역에서’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개통 당시 시청역은 ‘시청앞역’이었다. 이후 1983년 지금의 시청역으로 바뀌었다.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라는 가사로 더 유명한 밴드 자우림의 ‘일탈’도 유명하다. 왁스의 ‘지하철을 타고’는 “지하철을 타고 약수역 금호역 다리 건너 압구정에 내려…”라는 노랫말 속에 아예 지하철역을 여럿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지하철은 한류를 이끈 가수의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가 좋다. 지난해에만 서울지하철에서 총 336번 촬영이 이뤄졌을 정도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리는 지하철 1ㆍ2호선 신설동역 유령 승강장이 대표적이다. 지하철 1호선 건설 때 만들어졌지만 이후 노선 조정으로 폐쇄되면서 40년 넘게 베일에 싸여있던 공간이다. 이곳에서 촬영한 트와이스의 치어업 뮤직비디오는 3억명이 넘는 전세계 한류팬이 감상했다. 인기그룹 엑소, 비스트, B.A.P의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아이리스’, ‘아테나: 전쟁의 여신’, 영화 ‘감시자들’ 등의 배경이 됐다.
다만 공사는 지하철 이용객의 불편을 막기 위해 사전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건에 대해서만 지하철 내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지하철 역명의 경우 별도의 상표권이나 저작권이 없어 노래 제목이나 가사 등에 자유롭게 사용해도 된다.
최정균 공사 사장직무대행은 “지하철은 이제 교통수단뿐 아니라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올해도 서울시가 추진 중인 ‘문화예술철도’ 계획과 발맞춰 시민의 감성을 만족시킬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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