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세 번째 신년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취임 첫 신년기자회견부터 대통령이 질문자를 직접 지정하고 발언권을 얻은 출입기자가 자유롭게 질문을 하는 백악관 방식을 도입했다. 질문할 수 있는 기자 수를 제한하고 질문 내용 또한 미리 입수해 답변을 준비해 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각본대로 기자회견’과는 사뭇 달랐다.
질문 내용이나 질문자 선정이 자유롭다 보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질문권을 얻기 위한 기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눈에 띄었다. 문 대통령의 답변이 끝남과 동시에 기자들은 대통령과 눈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두 손을 드는 것도 모자라 자리에서 일어나는가 하면 휴대폰과 수첩을 흔들기도 했다. 한 기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복을 차려 입고 나와 부채를 흔들어 대통령의 주의를 끌었다.
대통령으로부터 지명을 받았는데도 눈을 맞추지 못해 옆 자리에 앉은 기자에게 질문권이 돌아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지명을 먼저 받은 기자는 억울하겠지만 2년 전 신년기자회견 때 “대통령이 손으로 지명하고 눈을 마지막으로 맞춘 기자에게 질문권이 주어진다”는 윤영찬 당시 국민소통수석이 내린 ‘유권해석’대로라면 질문자 선정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
2018년과 2019년에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의 기발한 질문권 쟁탈전이 벌어졌다. 2018년엔 한 기자가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들어 대통령의 눈길을 끌었고, 지난해에는 수첩과 모자까지 흔드는 기자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총 세 차례의 신년기자회견에서 출입기자들이 질문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문 대통령 또한 답하기 어려운 곤혹스러운 질문을 헤쳐 나가느라 애를 썼다. 한 시간 반 가량 이어진 기자회견이 당사자들에겐 쉽지 않았을 테지만 권위적이었던 과거 기자회견 모습과 비교할 때 자유로운 질문과 대통령의 솔직한 답변이 오간 이날의 기자회견 장면들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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