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원이 넘는 이른바 ‘슈퍼기업’이 2012년 이후 신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조직개발 전문업체 지속성장연구소가 한국CXO연구소에 의뢰해 ‘1998∼2018년 상장사 중 매출(개별ㆍ별도 재무제표 기준) 1조원 기업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98년 국내 상장사 중 매출이 1조원이 넘는 기업은 83곳이었다. 그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01년 100곳을 넘어선 107곳을 기록했고, ▲2003년 114곳 ▲2007년 148곳 ▲2012년 192곳 등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매출 1조 기업 수가 2012년보다 줄어들었다. 2016년에는 2010년 수준인 180곳으로 감소했다. 2018년에서야 197곳이 되며 2012년 수준을 회복했다. 신경수 지속성장연구소 대표는 “2012년 이후 6년간 매출 성장이 평균 0.4%에 그치며 사실상 국내 슈퍼기업들의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도별 매출 1조 기업들의 전체 외형 규모를 보면 2012년 이후 둔화세가 두드러진다. 1998년 375조원에서 2001년 513조원으로 증가했으며 2010년 1,000조원 시대(1,115조원)를 맞았다. 2012년에는 1,255억원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2013∼2017년 매출 1조 기업이 2012년 때보다 줄어들면서 매출 1조 기업들의 전체 외형이 축소됐다가, 2018년에 1,283조원으로 2012년 수준을 넘어섰다.
업종별로 보면 1998년 금융업이 1조원 기업 수가 가장 많은 21곳이었고, 건설업(9곳) 전기ㆍ전자업(8곳) 석유·화학업(7곳) 식품업(6곳) 등 순이었다.
2018년에는 금융업이 29곳으로 여전히 1위를 유지한 반면 나머지 업종은 변화가 컸다. 98년 당시 7곳에 불과했던 석유화학 업체는 2018년 2배 이상 증가한 23곳이나 됐다. 휴비스, 이수화학, 남해화학, KCC 등이 98년에는 매출 1조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린 기업들이다.
식품업체는 6곳에서 19곳으로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대상, 오뚜기, 농심, 삼양사 등이 매출 1조원 기업들이다.
유통업도 98년 당시 1조 넘는 기업이 2곳에 불과했지만 20년이 지난 2018년에는 11곳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1년 연속 매출 1조원 매출을 올린 기업은 한화생명(금융) KT(통신) 에쓰오일(석유화학) 현대건설(건설) 대한항공(항공) 삼성중공업(조선) 롯데쇼핑(유통) 등이고, 같은 기간 매출이 10조원이 넘는 초슈퍼기업은 삼성전자 삼성생명 포스코 한국전력 등 4곳이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는 1998년 당시 매출이 10조원 미만이라 21년 연속 매출 10조 클럽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이 분할된 경우는 재상장된 시점 이후부터 대상이 됐다.
신경수 대표는 “산업간 영역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산업이 양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한 만큼, 기존 산업 규제를 어떻게 허물며 신 성장 동력을 찾을 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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