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비에서 식자재 구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하지만 가계 소비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인 ‘엥겔지수’가 떨어져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보긴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배달ㆍ외식 등의 지출도 넓은 의미의 식료품비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보통 엥겔지수가 낮으면 생활 수준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가계의 명목 국내 소비지출액은 656조86억원이었고, 이 중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구매비용은 11.42%인 74조8,956억원이었다. 이는 2014년(11.3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은 가계 소득이 증가했다는 의미로 통한다. 식비는 가계 소득과 상관없이 늘 일정한 금액을 지출하게 되는데, 소득이 늘면 여행ㆍ레저ㆍ사치품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출이 늘어난다. 결국 총지출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경제학에선 이처럼 필수 소비인 식료품비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엥겔지수’라 부르며, 엥겔지수가 낮을수록 삶의 질이 높은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식료품비로 집계되지 않은 ‘필수 소비’, 이를테면 1인 가구에서 지출하는 음식 배달 비용, 맞벌이 가정에서 지출하는 외식비 등이 증가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가계가 돈을 얼마나 썼는지를 보여주는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액은 지난해 1~3분기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외식ㆍ배달 등이 포함된 음식점 및 숙박 서비스 지출액은 4.88%나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외식, 배달, 집밥 지출을 구분하지 않고 식비지출로 여기곤 한다”며 “과거와 달리 엥겔지수의 효용성은 낮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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