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대구 민뷰티샵 대표
“체중조절보다 간식을 좋아하던 어린이 입맛을 바꾸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이민주(40·뷰티업)씨는 2019년 5월에 열린 전국 머슬마니아 대회에서 비키니 부분 1등을 차지했다. 단순 피트니스 대회가 아닌 머슬마니아에서 아마추어가 입상 순위에 든 것은 거의 전무한 사례였다. 운동을 처음 시작한 아마추어가 반년 만에 이 상을 받은 이력이 전무한 만큼 이 씨의 사연도 남다르다.
“편하게 살 빼려다 700만 원짜리 빨래 건조대 샀어요”
그는 26살 때 처음 뷰티업에 뛰어든 후 휴일도 없이 지냈다. 오전에 출근해 일이 마치면 늦은 저녁이었다. 9시가 넘어 일이 끝나면 간식을 먹고 곯아떨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30대 중반이 넘어서자 살이 찌기 시작했다. 52킬로였던 몸무게가 60킬로에 육박했다. 남자친구와의 이별도 겹쳤다. 샵 관리도 게을러지고 무기력증까지 찾아왔다.
고가의 러닝머신도 사봤지만 두어 번 사용 후 빨래 건조대로 전락했다. 처음 해보는 운동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이다.
“700만 원짜리 빨래 건조대를 산 셈이죠. 고가의 러닝 기구를 사면 더 운동이 잘 될 줄 알았는데 유머난에서나 나오던 고가의 빨래 건조대를 제가 가지게 될 줄은 몰랐어요.”
“원장님 살이 좀 찐 거 같은데 저랑 운동 같이해보지 않을래요?”
매일 죽상을 하고 있는 그에게 단골 고객 한 명이 운동을 제의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그저 몸매 좋은 비슷한 또래로 봤는데 그는 50이 훌쩍 넘은 나이였다. 그는 자신의 과거 사진을 보여주며 ‘살이 찌고 몸도 좋지 않았는데 운동을 꾸준히 해서 인생이 바뀌었다’며 운동을 같이할 것을 권했다. 운동 전후 사진에 본 이씨는 바로 헬스장에 등록했다.
막상 운동을 해보니 운동보다 식습관을 바꾸는 게 힘들었다. 허용된 음식은 하루 400g의 닭가슴살과 고구마, 오이, 삶은 계란 뿐이었다. 야식을 먹은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지적이 들어왔다.
첫 달은 짜증만 쌓였다. 먹을 것도 마음대로 못 먹는 데다 갑작스런 운동으로 근육통까지 생겼다. 간식을 못 먹어 우울증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아침에 운동을 하러 갔다 집에 오면 2시간씩 러닝머신을 달렸다. 빨래건조대 역할을 하던 러닝머신이 제 기능을 되찾았다.
두 달째로 접어들자 운동 효과가 나타났다. 항상 퉁퉁 부어있던 얼굴에 부기가 빠지면서 춘곤증이 사라졌다. 나른했던 몸도 가벼워지면서 변비 증상까지 사라졌다.
석 달째 들어서자 몸무게가 5kg 이상 줄었다. 피부트러블이 없어지고 피부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만성 통증인 어깨와 허리통증도 사라졌다.
급격히 살이 빠지면서 라인이 살아나자 주변에서는 피트니스 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석 달을 남겨놓은 터라 망설였지만 해보겠다는 생각에 운동에 매진했다.
대회에 출전할 때 그의 몸무게는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즈음과 비교해 8kg나 차이가 났다. 대회에서는 당당히 비키니 부분 1등을 차지했다.
“잊을 수 없는 한 해였어요. 처음으로 시작한 운동에서 자신감을 얻고 건강까지 되찾았어요.”
얼마 전에는 불법의 영역에 방치되었던 뷰티업이 합법화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뷰티업계의 오랜 숙원이 해결됐다. 일터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이 더 힘차게 당당해진 이유다.
“노력으로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노력하니까 덤으로 행운이 찾아오네요. 낡은 것들이 다 사라지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느낌입니다. 2019년을 교훈으로 삼으면 다가올 어떤 난관도 다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2020년은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는 해입니다!”
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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