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는 11개 부문 최다 후보… 세월호 소재 단편 다큐도 후보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오스카 수상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아카데미상을 주최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3일 오전(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다음 달 9일 개최)에 참가할 24개 부문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국제장편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영화는 1962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외국어영화상에 첫 출품한 이래 한번도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지난해 ‘버닝’의 예비 후보 선정이 최고 성과였다.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호아킴 피닉스) 등 11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올해 아카데미상 최다 부문 후보작이 됐다. ‘아이리시맨’(감독 마틴 스코세이지)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1917’(감독 샘 멘데스)이 나란히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후보 선정은 예견됐다. 미국 언론과 평단은 일찌감치 ‘기생충’의 강세를 예고했다. 지난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미국에서도 신드롬을 일으키며 시선을 모았다. 로스앤젤레스영화평론가협회상(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외국어영화상) 등 미국 각지 평론가협회 주최 시상식에서 잇달아 상을 받아왔다. 지난 5일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에는 감독상과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은 미국 흥행에서도 괄목한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10월 11일 3개관에서 제한 개봉한 후 상영관을 점차 늘려 12일까지 2,536만 달러(미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넘버스 집계)를 벌었다. 미국 개봉 외국어 영화 역대 흥행 순위 10위 안에 드는 수치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전미 영화평론가들이 완성도를 인정한 ‘기생충’을 후보에 넣은 건 당연해 보인다”며 “수상 가능성도 매우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생충’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은 특히 남다른 의미를 띤다. 아카데미상은 주로 미국 영화(인)를 대상으로 한다. 투표로 후보를 선정하고 수상자(작)를 결정하는 AMPAS 회원(6,000여명) 대다수가 미국인이다. 대만 리안(李安) 감독의 ‘와호장룡’(2000)과 ‘브로크백 마운틴’(2005), ‘라이프 오브 파이’(2012)는 아카데미상 작품상과 감독상 등 후보에 올랐지만, 세 작품 모두 제작 단계부터 미국 자본이 관여했다. 한국 자본과 한국인이 만든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후보가 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이례적이다. 아카데미상 규정에 따르면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상업 영화관에서 1주일 이상 상영된 영화만이 후보가 될 수 있다. 단 국제장편영화상은 각 나라 영화기관이 선정해 별도로 출품한다.
‘기생충’은 작품상을 놓고 ‘아이리시맨’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1917’, ‘결혼 이야기’(노아 바움백), ‘조커’, ‘조조 래빗’(감독 타이카 와이티티), ‘작은 아가씨들’(감독 그레타 거윅),. ‘포드 V 페라리’(감독 제임스 맨골드)와 겨룬다. 감독상 부문에선 봉 감독이 타란티노ㆍ스코세이지ㆍ멘데스ㆍ필립스 감독과 경쟁한다. 국제장편영화상을 두고선 폴란드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프랑스 영화 ‘레미제라블’, 스페인 영화 ‘페인 앤 글로리’, 북마케도니아 영화 ‘하니랜드’와 다툰다.
작품상은 고전이 예상된다. 백인 남성이 여전히 주류인 AMPAS가 외국어 영화에 아카데미상의 상징을 내주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 감독상은 의견이 엇갈린다. 리안 감독이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로 감독상을 두 차례 수상하는 등 외국인 감독이 수상한 경우가 여러 차례 있다. 국제장편영화상은 수상이 유력하다. ‘기생충’이 미국 각종 영화상 시상식의 외국어영화상을 싹쓸이 하는 상황이라 이변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세월호 소재 단편 다큐도 후보 올라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도 희소식이 있었다. 세월호를 소재로 한 29분짜리 한국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감독 감병석ㆍ이승준)이 후보에 올랐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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