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매뉴얼 발표…호봉제 없어지나
회사에 근무한 횟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 대신 노동자가 맡은 직무 성격이나 이룬 성과에 따라 임금을 책정(직무급제)하는 임금체계 개편에 정부가 본격 나서기로 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직무중심 인사관리 따라잡기’ 매뉴얼을 발표했다. 매뉴얼에는 임금 체계 개편 방법ㆍ사례, 직무가치에 기반한 인사관리체계 도입을 위한 직무 분석ㆍ평가방법, 제조업 범용 직무평가 도구 활용방법 등 직무급제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하는 필요성과 절차, 방법 등이 담겼다.
임 차관은 “일의 내용과 능력보단 근속연수 등을 중시하는 호봉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취지에 반하는 등 임금 공정성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임금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이고 직무와 능력 중심의 공정한 임금체계로 개편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내 기업(100인 이상)은 2016년 63.7%에서 지속적으로 낮아져 지난해 58.7%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높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근속연수가 짧은 노동자와 긴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가리키는 임금 연공성은 한국이 3.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크다. 프랑스와 영국은 1.6배, 독일은 2.1배, 호봉제의 원조 국가인 일본은 2.5배다. 호봉제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는 적합했으나, 저성장ㆍ고령화 사회에선 청년 신규 채용을 어렵게 하고, 기업에 부담을 줘 중ㆍ고령자의 조기퇴직을 유발한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직무급제 확산을 위해 노사가 참고하도록 기업 규모ㆍ산업별로 직종ㆍ경력에 따라 다양한 시장 임금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른 시일 내 업종ㆍ규모ㆍ성ㆍ연령ㆍ학력ㆍ근속연수별 평균 임금과 상위ㆍ하위 25% 임금 등을 공개하기로 했다. 노사 양측에 충분한 시장 임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기존에 진행하던 임금ㆍ평가체계 개선 분야 컨설팅도 지속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올해는 직무중심 인사관리체계 도입 지원사업도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보건의료ㆍ호텔ㆍ철강ㆍ금융 등 직무평가도구가 개발된 8개 중 업종별 2~3개사를 선정, 컨설팅을 지원한다. 관련 예산은 4억원이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깎기 위한 임금체계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의 책임이 단순히 임금체계의 연공급성에만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대등한 노사관계 없는 임금체계 개편은 사용자 주도의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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