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전체회의를 열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추진 중인 위성정당 ‘비례자유한국당’ 등 ‘비례○○당’ 명칭 사용을 불허했다. 이에 따라 위성정당을 창당해 개정 선거법을 무력화시키려던 한국당의 꼼수는 첫 단계부터 제동이 걸렸다.
이번 결정은 비례○○당은 유사 명칭 등의 사용을 금지한 정당법 41조 3항에 위배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선관위는 결정문에서 “비례○○당의 ‘비례’의 의미를 지역구 후보를 추천한 정당과 동일한 정당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이른바 후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비례○○당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 무분별한 정당 명칭의 선점ㆍ오용으로 정당 활동의 자유 침해와 유사 명칭 사용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혼란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이 왜곡되는 선거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배정한 의석수와 지역구 당선자 수 차이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제도로, 지역구 당선자가 많이 나오는 제1, 2당은 비례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 위성정당 창당은 이 지점을 파고 들어 원내 2당인 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정당을 창당한 뒤, 정당투표는 그 당을 찍도록 해 비례대표 의석 수를 늘리고, 선거 이후에 합당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사표(死票)를 없애고 군소정당의 의회 진출 길을 넓혀준다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정신과 취지는 밑바닥부터 흔들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위성정당 창당은 선거에서 국민 민의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민주적 발상이다. 유권자들이 기성정당과 오인ㆍ혼동할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선거판이 더 혼탁해지기 전에 선관위가 위성창당 봉쇄 조치를 내린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한국당은 선관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낸다는 입장이다. 선거법이 제1 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한 채 통과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고, 한국당으로서도 자구책이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합법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시작부터 기능부전 상태로 만들겠다는 꼼수까지 용인되는 건 아니다. 한국당은 선거법 무력화 시도를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선거제 개혁의 대의를 대승적으로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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