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천연기념물 제327호인 원앙 13마리가 엽총에 맞아 집단 폐사한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13일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귀포시 강정천 중상류 부근에서 13마리의 원앙 사체가 발견됐고, 날개가 부러진 채 버려진 원앙 1마리는 구조됐다. 조류협회 도지회는 현장에 남은 탄피 1개도 회수했다. 죽은 원앙 중에는 총알에 관통상을 입은 흔적도 있었다.
조류협회 도지회는 제주대학교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의뢰해 죽은 원앙 6마리를 부검한 결과 산탄총용으로 쓰인 탄알을 발견했다. 원앙이 죽은 지는 2~3일이 지난 것으로 추정됐다.
원앙은 천연기념물로 포획이 불법이며, 현재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차원에서 도내 수렵이 전면 금지돼 있는 상황이다. 또한 사체가 발견된 강정천은 수자원 보호구역으로 사냥행위를 할 수 없는 곳이다.
경찰은 총기 반출이 불가능한 시기에 원앙 집단폐사 사건이 발생했고,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는 구형 산탄총을 범행에 이용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불법 총기류 소지자의 범행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원앙이 집단 폐사한 채 발견된 강정천 중상류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찾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주민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원앙 떼죽음 사건에 대한 경찰의 철저 수사와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반대주민회는 “이번 사건이 제주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와 연관이 있다는 강력한 의심을 버릴 수 없다”며 “원앙 집단 서식이 진입도로 공사에 방해요인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제주도와 환경청ㆍ문화재청이 전문가 조사를 통해 강정천 일대를 천연기념물 서식지 보호구역으로 지정ㆍ보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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