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지 다시 용암을 분출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다들 긴장하고 있죠.” 신성호 필리핀 한인 총연합회 부회장은 갑자기 폭발한 필리핀 탈(Taalㆍ현지발음 따알) 화산을 지켜보는 현지 주민들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신 부회장은 화산에서 30㎞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사는데도 “화산재가 너무 많이 날려 호흡하는데 상당히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65㎞ 정도 떨어진 탈 화산이 12일 오전(현지시간) 별다른 전조도 없이 폭발했습니다. 화산재 기둥이 15㎞ 높이로 솟구쳤고, 폭발 이후 지진이 세 차례나 발생했습니다. 화산재는 마닐라 인근까지 날아갔다고 합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필리핀 정부는 탈 화산 일대를 영구 위험지대로 선포해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반경 14㎞ 이내 주민과 관광객 8,000여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는데요. 화산재로 마닐라 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도 중단됐습니다. 화산 인근 지역에 사는 우리 교민들도 상황을 보면서 비상시 대피할 곳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산이 언제 다시 폭발할지, 그 규모가 더 커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자주 이 화산을 방문한다는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화산이) 커질 것인지, 작아질 것인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탈 화산은 아주 작은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어떻게 큰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요? 윤 교수는 “(화산 정상에 있는) 칼데라 호수 안에 이번에 분화한 분화구가 있습니다. 화산 속의 화산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화산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화산의 분화구라는 겁니다.
탈 화산이 폭발한 것은 1977년 이후 43년 만이라고 하죠. 1911년, 1965년 폭발 때는 각각 1,300명, 200명이 사망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무사히 지나갈 수 있을까요.
김용식 PD yskit@hankookilbo.com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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