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속연수 평균 37개월 불과
전주의 A어린이집 8년차 보육교사 윤모(45)씨는 작년 4월 해고를 당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원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감원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동료 오모(13년차)씨와 함께 해고 대상에 올랐다. 문제는 두 사람이 보육활동과 무관한 사소한 시말서를 쓴 게 사직의 근거가 됐다는 점이었다. 윤씨의 경우 가족휴가를 내면서 이유를 거짓으로 알려서 시말서를 썼는데 이때부터 원장의 눈 밖에 난 것으로 전해졌다. 해고됐던 윤씨와 오씨는 지난해 11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 끝에 복직했다. 위원회는 원장이 해고자 선정에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씨와 같은 사례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에게는 흔한 이야기다. 매년 2월말 종료되는 1년짜리 근로계약을 맺는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뿐만 아니라 윤씨처럼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도 해고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이야기다. 어린이집별로 마련된 ‘취업규칙’에 근거하지만 사실상 원장의 마음대로라는 게 공통적인 이야기다.
13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2018년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근속연수는 평균 37개월이었다. 고용이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진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근속연수도 평균 45개월에 불과했다. 2017년 기준 퇴사한 보육교사가 있는 어린이집 비율 역시 민간(67.3%)과 국공립(72.1%) 모두 10명 중 7명 수준이었다. 이는 정부가 전국 어린이집 3,400곳을 조사해 내놓은 2018년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다.
보육현장에선 국공립어린이집에서 퇴사 압박은 주로 호봉이 높은 고연차(7년 이상) 보육교사가 받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지원자는 넘치는데 인건비 부담도 커 원장들은 웬만하면 이왕이면 인건비 부담도 적고 ‘말 잘 듣는’ 신입교사들로 채우려 한다는 얘기다.
쉬운 해고가 가능한 데는 취업규칙상 해고사유가 너무 광범위하고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시말서 작성 3회 △운영상 감원이 필요한 경우 등 원장 권한에 좌지우지되는 형태다.
노동계는 정부가 표준 취업규칙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남표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1ㆍ2지부 노무사는 “최근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기 전에 원장이 국공립어린이집을 수탁 포기해 법적 책임을 피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정부가 표준 취업규칙 등을 제정해 억울한 해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