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수수료를 부당하게 깎는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남양유업이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피하게 됐다. 남양이 내놓은 자진시정(잠정동의 의결안) 방안을 공정위가 사실상 수용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행정 처벌 대신 동의의결 안을 수용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과 협의를 거쳐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관련 잠정동의 의결안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는 오는 14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대리점 등 이해관계인들로부터 해당 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동의 의결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6년 1월 농협 위탁거래 대리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율을 협의 없이 인하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마련한 시정방안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정부는 위법성 판단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피해 기업은 신속하게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진 시정안이 받아들여지면 기업은 과징금 등 행정제재를 받지 않는다.
남양유업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시정안에는 농협 납품위탁 대리점들의 위탁수수료율을 동종업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농협 납품위탁 거래에서 발생하는 남양유업 영업이익의 5%를 농협 납품위탁 대리점들과 공유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아울러 대리점 계약의 중요 조건을 변경하려면, 남양유업은 각 대리점으로부터 사전 서면동의를 얻어야 한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협의회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매월 200만원의 활동 비도 지급한다.
남양유업의 자진 시정안에는 대리점주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돼 있어, 공정위가 의결안을 최종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부 들어 현대모비스, 골프존 등 3개 기업이 동의 의결안 개시 절차를 신청했지만, 최종안이 수용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리점주들도 수용한 방안이어서 이변이 없으면 의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세종=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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