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과 북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출신 피아니스트들이 ‘대관령 겨울음악제’에서 세계평화를 연주한다. 남-북, 동-서간 갈등의 상징인 이들 지역 음악인들이 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다.
강원문화재단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2020 대관령 겨울음악제’의 출연진 및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다음달 9일부터 25일까지 강원과 서울에서 열릴 이번 음악제는 음악제 사상 최장 기간 열리는 음악제다. 지난해 10일간에서 이번에 17일간으로 늘린 것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개막일에서부터 폐막일까지의 날짜에다 맞춘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 화해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것처럼 대관령 음악제 또한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의 표현이다.
동시에 강원도 유치가 확정된 2024년 동계청소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의미도 있다. 동계청소년올림픽 또한 남북 공동개최 가능성이 열려 있는 대회다. 강원도가 또 한번 평화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올해는 한국전쟁 70년이다. 김필국 강원문화재단 대표는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평화를 염원하는 공연들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동서남북 음악회’라는 음악제 콘셉트도, ‘피스풀 뉴스’라는 공연 명도 그 덕에 정해졌다. 뉴스(NEWS)란, 동서남북의 영어 단어 앞 글자를 딴 것이기도 하지만, 평화의 ‘소식’이란 뜻도 들었다.
다음달 21~23일 강원 철원, 고성, 강릉에서 열리는 공연에는 음악제 예술감독이자 피아니스트인 손열음, 북한 출신 피아니스트 김철웅, 팔레스타인 출신 비샤라 하로니, 이스라엘의 야론 콜버그 4명이 나선다. 손 예술감독은 “같은 선생님 밑에서 공부했던 이ㆍ팔 피아니스트 친구들과 2015년부터 구상했던 무대”라며 “이번 공연이 평화의 소식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음악제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는 피아노 삼중주 무대 ‘베토벤 트리오 본’ △클래식과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혼합한 ‘비(非)장르형’ 음악인들의 무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전곡을 무용과 함께 감상하는 음악체험극 등으로 꾸려진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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