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 우리가 간다] <3> 남자 태권도 장준
하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목표 달성 키를 쥐고 있는 종목은 국기 태권도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다섯 차례 대회에서 금메달 12개(은2ㆍ동5)를 쓸어 담은 효자 종목이다. 2012년 런던 대회까지는 남녀 2체급씩, 최대 4체급만 출전할 수 있었지만 리우 대회부터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랭킹에 따른 자동 출전권을 부여하면서 한 나라에서 체급당 한 명씩, 최대 8체급 모두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리우에서 5명의 선수가 출전했던 한국은 도쿄에선 역대 최다인 남녀 3체급씩, 총 6체급의 출전권을 확보했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인 남자 68kg급의 이대훈(대전시체육회)을 비롯해 80kg 초과급의 인교돈(한국가스공사), 여자 57kg급의 이아름(고양시청)과 67kg 초과급의 이다빈(서울시청)은 출전이 확정됐다. 남은 두 자리의 주인공은 오는 17일 열리는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통해 가려진다. 여자 49kg급의 심재영(고양시청)과 김소희(한국가스공사), 그리고 나머지 한 경기는 초미의 관심인 남자 58kg급 장준(한국체대)과 김태훈(수원시청)의 숙명의 대결이다. ‘전ㆍ현직’ 세계랭킹 1위 간의 대결로 사실상 도쿄올림픽 금메달이 걸린 일전으로 평가된다.
고교생이던 2018년 8월 열린 모스크바 월드그랑프리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떠오른 장준은 지난해 3차례의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와 세계선수권까지 싹쓸이하며 단 1년 만에 세계를 평정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태권도는 그 동안 경기 후반부에 치러졌다. 하지만 도쿄에선 사상 처음으로 개회식 이튿날 일정을 시작해 메달 레이스의 선봉에 선다. 경량급인 남자 58kg은 첫날인 25일 열려 한국 선수단의 1호 금메달이 유력하다. 장준은 선발전을 앞두고 한국체대에서 맹훈련 중이다. 6일 만난 장준은 “2년 전만해도 올림픽에 나갈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겸손해 하며“(김)태훈이형과 마지막까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 차례의 월드그랑프리와 세계선수권까지 독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사실 매 시합을 뛸 때마다 만족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결과가 좋았다. 몸 상태가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거기에 맞춰서 전략을 짜고 경기에 임하려 노력했다. 생각해 보면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그런 경기 운영이 그 전보다 발전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많이 졌을 때 독하게 마음먹었고, 계속 이기면서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2018 모스크바 월드그랑프리 우승 후 일취월장했는데 원동력은 무엇인가.
“고1 때부터 세계대회에 나갔지만 첫 우승이었던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가 변곡점이었다. 최연소 우승이었다. 당시 세계랭킹 32위까지 참가할 수 있었는데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아시아청소년대회 출전 랭킹과도 맞물려 있어서 그 해 여러 대회에 나갔고, 그랑프리 우승을 계기로 큰 경험을 쌓았다.”
-김태훈과 올림픽 티켓이 걸린 마지막 선발전을 앞두고 있는 심정은.
“(김)태훈이형과는 워낙 경기를 많이 해 봐서 서로 잘 안다. 지금은 형을 가상한 맞춤 훈련만 하면서 선발전만 생각하고 있다. 이기는 사람이 도쿄 가는 거니까 형도 나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 동안 열심히 했구나 라는 생각은 든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올림픽에 나갈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가도 2024년 파리 대회쯤 생각했는데 도전 기회가 빨리 찾아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는 김태훈에게 패했고, 지난해 세계선수권 선발전에선 이겼다.
“고교 시절까지 54kg을 유지했다. 체급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54kg급은 체중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고, 그러면 경기력도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는 58kg급으로 결심한 이상 이 체급 최강자였던 태훈이형을 넘어야 했다. 작년에 형한테 4전 4승했는데 처음엔 계속 졌다. 2018년 5번째 대결 만에 형을 처음으로 이겼다. 그러면서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지난해 10월부터 세계랭킹 1위가 됐다. 지금으로선 적수가 없어 보이는데 자신의 장점과 주특기는.
“아무래도 나이가 아직 어려 체력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 또 한국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외국선수들보다 체력 훈련을 많이 해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더 유리하다. 특히 내 체급엔 노장 선수들도 많아서 여러 모로 체력적인 장점이 크다. 주특기는 얼굴 공격이다. 왼발 차기가 더 자신 있다.”
-태권도를 시작한 계기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해 특기생으로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됐을 때쯤 운동을 해야 하나, 공부를 해야 하나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3때 전국대회 나가서 성적을 냈고, 이 길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부모님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신 덕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우리 나이로 20세다. 주변에서 기대가 클 텐데.
“그런 것도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해도 다른 대회에서는 또 질 수 있는 것이다. 많은 것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의도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한다. 이번에도 도쿄에 가든 못 가든, 들뜨지도 실망하지도 말고 마음을 잘 다잡아야 다음 올림픽에서도 희망이 있을 것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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