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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게리 길모어와 미국의 사형제(1.17)

입력
2020.01.17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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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길모어는 미국의 악명 높은 사형수 중 한 명이지만, 그 때문에 미국 사형제가 부활됐다는 건 틀린 말이다. 위키피디아
게리 길모어는 미국의 악명 높은 사형수 중 한 명이지만, 그 때문에 미국 사형제가 부활됐다는 건 틀린 말이다. 위키피디아

미국은 서구 선진국 가운데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국가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사형제를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한 뉴햄프셔 주까지 모두 22개 주가 사형제를 주법으로 금하고 있지만, 아직 29개 주가 집행을 하든 않든 사형이 적법한 형벌이다. 2015년 네브래스카주는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한 해 뒤 주민투표로 부활시키기도 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사형제 자체에 대해 위헌 판결한 적이 없다. 그리므로 미국이 악명 높은 사형수 게리 길모어(Gary Gilmore, 1940~1977)를 두고 ‘사형제를 부활시킨 범죄자’라 말하는 건 틀렸다.

미 연방 정부가 사형제 모라토리엄(moratorium)을 선언한 적은 있다. 1967년 유럽 국가들을 본받아 내린 조치였다. 연방대법원은 72년 조지아주 사형제도에 대한 판결(Ferman v. Georgia)에서 배심원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연방헌법 8조가 금한 ‘임의적(Arbitrary)’인 형벌과 14조가 금한 ‘잔혹하고 비일상적인(Cruel and Unusual)’ 형벌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결, 이후 사형 판결과 집행이 더 신중해졌다. 연방대법원은 하지만 76년 5개 주가 연루된 사형제 소송을 병합 심리, 예컨대 조지아 주법이 배심원들에게 사형 선고가 가능한 10여 개의 가중 사유를 규정해 ‘분명하고 객관적인 기준(Clear and Objective Standards)’을 마련함으로써 사형제가 수정헌법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이듬해 첫 사형수가 게리 길모어였다.

게리 길모어는 무장강도 혐의로 구속됐다가 76년 4월 가석방 상태에서 그해 7월 19, 20일 유타 주의 한 주유소 점원과 모텔 매니저를 잇달아 권총으로 살해했다. 그는 재판 중에도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고, 77년 1월 17일 형장에서도 유언 대신 “자 시작합시다(Let’s do it)”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시민들을 경악시켰다.

그가 끔찍하리만치 엄한 모르몬교도 부모의 폭력과 강압 속에 학대받으며 성장한 사실 등은 훗날 작가 노먼 메일러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사형집행인의 노래’와 음악잡지 ‘롤링스톤’의 편집장을 지낸 그의 친동생 마이클의 ‘내 심장을 향해 쏴라’라는 논픽션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장기 기증을 유언, 두 사람에게 각막을 선물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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