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A씨는 2015년 중반 지인의 소개로 중국 칭다오(靑島)의 한 치과 수석부원장이라는 B씨를 알게 됐다. 어느 정도 친분을 쌓자 B씨는 조심스레 투자 얘길 꺼냈다. 칭다오의 한국인 치과의사와 손잡았는데 임플란트 시술을 잘한다는 입소문으로 환자들이 넘치자 곧 현지 증시에 상장할 거란 청사진을 내세웠다. B씨는 상장을 위해선 자본이 좀 더 필요하다며 투자만 하면 원금 보장과 함께 월 2.5% 확정수익을 주겠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A씨가 머뭇거리자 그 해 11월 칭다오의 치과로 데려가 한국인 치과원장을 소개해줬다. 당시 B씨는 투자 얘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고 직원들도 수석부원장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뭔가 꺼림직했지만 병원 규모가 크고 동행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투자계약서에 서명하는 걸 보고 A씨도 그 자리에서 도장을 찍었다. 3억2,000만원을 투자하면 매달 800만원의 확정이자(2.5%)를 지급하고 3년 뒤 원금 전부를 돌려준다는 내용의 계약서였다. 저금리 시대에 놀라운 수익률이었다.
일이 잘못된 걸 깨닫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B씨는 첫 두 달 동안만 약속한 이자를 지급하고 이후엔 갖가지 변명을 늘어놓으며 이자를 절반만 주거나 아예 건너뛰었다. 어떤 달엔 치과원장이 돈을 찔끔 보내주다 그마저 끊겼다.
결과적으로 2억원 이상을 떼인 A씨는 지난해 6월 수사기관을 찾아갔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 대질심문 때 만난 치과원장은 “그는 수석부원장도 아니고 병원에 지분도 없다”고 했다. 원장이 A씨에게 보낸 돈은 확정이자가 아닌 B씨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대신 송금한 돈이었다. 알고 보니 칭다오 치과에 동행했던 다른 투자자들은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동원된 소위 바람잡이였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형사3부(부장 진철민)는 확정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수억 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B씨를 사기 혐의로 지난달 말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대박을 쳤다는 칭다오의 치과는 최근에 문을 닫았다”며 “나 외에도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피해액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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