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S)와의 후원 관계로 환경운동가들의 질타를 받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이들의 비난에 응답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페더러는 호주오픈을 앞두고 “나는 기후변화의 영향과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특히 산불 피해를 겪고 있는 이곳 호주의 모습을 보면서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페더러가 이와 같이 입을 열게 된 건 그를 향한 환경운동가들의 비난 때문이다. 지난 주 CS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스위스 환경운동가들이 재판을 받게 됐고, 이들을 중심으로 ‘#RogerWakeUpNow(로저 정신차려)’라는 해시태그가 트위터 상에 퍼지면서 페더러가 이에 답을 하게 된 것이다.

페더러의 후원사인 CS는 석탄 화력발전 산업과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환경운동가들은 2018년 11월 CS 울타리 안에 무단 침입해 테니스를 쳐서 벌금을 물어야 했다. 환경운동가들이 이를 거부해 재판을 받게 된 것. 이들은 재판에서 “CS는 지구를 혹사시키고 있다. 페더러 당신은 이들을 지지하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페더러를 지적한 환경운동가들 가운데는 그레타 툰베리도 있다. 툰베리를 포함한 700명에 이르는 트위터 이용자들이 환경기후단체 350.org 유럽의 트위터 내용을 리트윗했다. 트위터 내용에는 “2016년 이후로 크레디트 스위스는 신형 화석 연료 자금을 찾는 회사들에 570억 달러를 지원해 줬다. 이는 기후행동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는 일이다. 로저 당신은 이를 지지하는 것인가? 정신차려라”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페더러는 “4명의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이자 보편 교육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환경운동을 펼쳐나가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경외심을 느낀다”면서 “우리로 하여금 행동을 돌아보고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하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 운동선수, 그리고 사업가로서 내가 가진 책임감에 대해 일깨워준 것도 고맙고 이런 나의 사회적 위치를 활용해 스폰서와 이야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후원 관계를 유지해온 회사이기 때문에 꺼려질 수도 있는 직언들을 가감 없이 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CS도 입장을 밝혔다. CS는 “새로운 석탄발전사업에 투자하지 않는 방향의 글로벌 기후전략을 발표했으며 파리기후협약의 목적에 부합하는 투자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페더러는 호주 산불 복구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오는 15일 멜버른 로드 래버 아레나 공원에서 자선 모금 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이 행사에는 라파엘 나달, 세레나 윌리엄스, 닉 키르기오스,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나오미 오사카, 캐롤린 워즈니아키 등도 참여한다.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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