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친구에게 폭행ㆍ폭언 당해 생명 위협 느껴” 주장
장례식 찾아 고개 숙인 가해 학생 “SNS글 삭제해달라”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차에 치여 숨진 고교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려 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3일 경북 구미경찰서 등에 따르면 A(18)군은 지난 6일 오전 6시30분쯤 경부고속도로 구미IC 나들목 부근 왕복 8차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서울 방향 1차로에서 달리던 차량에 치여 숨졌다.
A군의 아버지는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구미 고속도로 나들목 중앙분리대 1차로 자살 사건의 뒷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처음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고 자살 사건 정도로 생각했지만, 이면에는 아들이 평소 일진들에게 학교폭력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에 따르면 A군은 5일 오후 11시30분쯤 구미 시내 한 호프에서 같은 학교 친구 2명, 다른 학교 소속인 B군과 만나 술을 마시고, 다음날인 6일 새벽 인근 노래방에서 놀았다. A군이 술에 취해 던진 500㎖ 물통에 머리를 맞은 B군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A군의 뺨을 2차례 때리고 욕설과 협박을 했다.
이와 관련, A군의 아버지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CC(폐쇄회로)TV를 확인한 결과 노래방 입구에서 아들을 때리고 또다시 7,8명의 친구들을 불러 돌아가며 폭행했다”며 “집단적으로 폭언과 폭행이 이뤄지니 상황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노래방에서 함께 놀던 친구 2명과 함께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는데 B군이 동승해 욕설과 협박을 이어갔다”며 “B군이 사는 아파트에서 함께 내린 후에도 아들과 B군은 대화했고, 친구 2명은 멀리서 지켜봤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갑자기 패딩을 벗고 휴대전화를 땅에 던지며 ‘아 진짜 힘들다. 죽고 싶다’고 외친 뒤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달려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A군 아버지는 아들이 B군의 협박으로 위협을 느껴 급히 달아난 것으로 보고 있다.
B군은 장례식에 찾아와 연신 고개를 숙였지만, 자신도 정신적 충격이 크다며 SNS에 올린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중학교 1학년때부터 5년 동안 권투를 배웠고,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딸 정도로 건강했다. 고교 졸업예정자인 그는 3월 육군 부사관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A군의 아버지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아들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다시는 학교폭력으로 피해를 입는 학생이 나타나서는 안된다”며 “지금 원하는 것은 가해 학생이 경찰 수사를 통해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당시 A군과 함께 있었던 친구와 인근 CCTV 분석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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