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ㆍ한진그룹 사례 들며 “한국에선 재벌가 갈등이 최선의 결과일 수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이, ‘남매의 난’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이 그랬던 것처럼 주가를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의 슐리 렌(Shuli Ren) 아시아 경제 담당 칼럼니스트는 ‘억만장자의 이혼에 어떤 주주도 반대하지 않는다(The Billionaire Divorce No Shareholder Can Resist)’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 3위 재벌의 헐리우드급 이혼은 침실(bedroom)보다 이사회실(boardroom)에서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며 “소액주주들에게 이 가족 불화는 음악처럼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4일 노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42.3%를 요구하는 재산분할 소송을 냈다. 최 회장은 SK 주식의 18.29%(1,297만여주)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노 관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7.74%(548만여주)에 달하는 주식을 넘겨받게 된다. 12일 종가(24만6,000원) 기준으로 환산하면 1조3,480여억원에 달한다.
렌은 “한국에서는 재벌 가족간의 분열이 최선의 결과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실랑이가 심할수록 경영진은 더 많은 투표권을 사들일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럴수록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소액주주들이 귀중해진다”는 이유에서다.
렌은 노 관장의 소송에 따라 지분이 이동하면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고,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렌은 칼럼에서 “노소영씨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 구조조정’ 정책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홍콩 소재 투자분석업체인 CLSA를 인용해 “한국 재벌 대기업의 주가는 그들의 자산 가치에 비해 44.8%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벌의 지주회사들이 심각하게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에, 노 관장이 이사회 진출은 잠잠해졌던 구조조정 계획을 부활시킬 수도 있다”며 “설사 노 관장이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최 회장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분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렌은 SK가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도움 덕분에 지금의 대기업이 될 수 있었으므로, 법원이 재산분할 소송에서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측했다.
렌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비난한 이후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칼 주식이 급증했다”며 현재 가족 간 경영권 갈등을 겪고 있는 한진그룹을 예로 들기도 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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