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혁명수비대 대공부대가 우크라이나 항공 여객기를 미군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가 다시 점화되고 있다.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이란 국민들은 여객기 격추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고 있다.
앞서 이란 정부는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사건에 대해 격추설을 부인해오다 사건발생 사흘이 지난 11일에야 실수로 인한 격추를 시인했다. 이후 이란 시민 1000여명은 11일(현지시간)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과대학 앞에 모여 이란 정부를 비판하는 반정부 시위를 열었다.
SNS에 게시된 동영상에서는 시위대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하메네이는 살인자다! 부끄러운줄 알고 나라를 떠나라"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무인기(드론) 공습으로 제거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의 사진을 찢기도 했다. 무장한 경찰은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란 정부는 이번 사고 피해국에 대해 깊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란 대통령실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혁명수비대 대공사령관도 "여객기 격추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로 죽고 싶었다"며 "차라리 죽었으면 했고, 이게 현실이 아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로하니 대통령은 캐나다 정상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살해를 거론하며 "모두 법을 지켜야 중동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는 만큼 미국의 중동 개입은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간섭때문에 지역의 보안 수준이 '매우 위한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추락 사건에 미국의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 반정부 여론을 부추기며 여론전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 지도부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면서 “시위대를 죽이지 말라. 수천명이 벌써 죽거나 투옥됐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고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지켜보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인터넷을 다시 켜고 기자들이 자유롭게 다니게 하라. 위대한 이란 국민들을 죽이는 것을 멈추라”고 덧붙였다. 전날에도 그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대통령 취임 때부터 오랜 시간 고통 받아온 용감한 이란인들을 지지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 "우리는 당신들의 용기에 감명 받았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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