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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공백 길어지는 IBK… 출근길 막힌 윤종원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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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공백 길어지는 IBK… 출근길 막힌 윤종원의 해법은

입력
2020.01.13 04:40
수정
2020.01.13 08:2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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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첫날인 3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출근하고 있다. 이날 윤 행장은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펼쳐 출근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뉴시스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취임 첫날인 3일 오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 출근하고 있다. 이날 윤 행장은 노동조합이 '낙하산 인사'에 반대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펼쳐 출근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뉴시스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은행 IBK기업은행의 윤종원 신임 행장이 지난 3일 임명된 지 열흘이 지나도록 노조의 저지에 막혀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 출신이 임명될 때마다 국책은행 노조의 행장 출근 저지는 관례적으로 반복돼 왔으나, 이번 기업은행 노조는 “청와대가 먼저 사과하라”며 윤 행장과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출구 없는 대립에 기업은행 업무공백 장기화에 대한 금융권의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은 임기 첫날인 지난 3일 노조의 실력 저지에 막혀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발길을 돌린 후 열흘째 서울 종로구 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임시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노조는 윤 행장을 ‘전문성 없는 낙하산’으로 규정하고 “(윤 행장을 임명한) 청와대가 먼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윤 행장의 대화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금융노조가 ‘낙하산 인사 근절’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협약을 한 점을 들어, “정부가 협약을 파기할 경우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낙선운동은 물론 정권 퇴진운동까지 나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국책은행 노조의 외부 출신 행장 반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서 은성수 현 금융위원장도 2017년 수출입은행장으로 임명됐을 때 노조와의 줄다리기 끝에 5일 만에 집무실에 입성했다. 하지만 대체로 출근 저지가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던 역대 국책은행장과 달리, 윤 행장은 최장기 기록이 유력한 상태다.

국책은행장 주요 출근저지 사례 / 김문중 기자
국책은행장 주요 출근저지 사례 / 김문중 기자

금융권에선 기업은행의 업무공백이 길어질수록 노사 모두 패자가 될 거란 우려가 높다. 실제 IBK연금보험,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이미 지난달 만료된데다, 수석부행장 등 부행장 5명의 임기도 이달 말과 내달 사이 만료되는데 최근 출근 저지로 기업은행 인사는 올스톱된 상태다.

이에 노사와 정부 모두 한발씩 물러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사측의 경우 물밑 협상으로 노조가 원하는 ‘노조추천이사제’ 등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거나, 인사 카드를 제시할 수 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는) 정부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노조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겠다는 게 윤 행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낙하산 반대를 주장하는 노조 역시 과도한 실력행사로 일관할 경우 도리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기업은행은 기획재정부가 52% 지분을 가진 국책은행이라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낙하산 논란의 원인이 ‘깜깜이’ 임명 절차에 있는 만큼 정부도 국책은행장 선임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금융공기업이라도 임원추천위원회 또는 공모를 통해 행장을 선임하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13일 조합원과 지도부가 참여하는 토론회를 연다. 대화를 요청하는 윤 행장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갈등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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