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만 집중, 선거 연령 하향 논의 소홀” 책임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지난 연말 개정된 공직선거법을 다시 손보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선거권 기준연령을 만 18세로 낮춘 것과 관련해 “고등학교의 정치화 등 교육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입법 보완을 주문했다. 국회의 선거법 개정(지난 달 27일) 이후 불과 2주 만에 선관위가 법 개정을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선거법 개정으로 2002년 4월 16일 이전에 태어나 올해 고3이 되는 약 14만명(교육부 추산)이 이번 4ㆍ15 총선에서 투표권을 갖게 됐다. 그러나 여야가 선거법 논의 과정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 21대 국회 의석 배분 문제에만 몰두하느라 선거권 연령 조정과 관련한 후속 조치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관위는 “지난 10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정당 대표 등에게 선거권 만 18세 하향에 따른 입법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선관위는 △초ㆍ중등학교 내 예비후보자 명함 배부금지 여부 △초ㆍ중등학교 내 연설 금지 여부 △초ㆍ중등학교 내 의정보고회 개최 금지 여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 조항 등에 사립학교 교원 포함 여부 등을 보완이 필요한 항목으로 적시했다. 선관위는 “선거권 연령 하향으로 학습권 침해 등 교육 현장의 논란이 우려됨에 따라 관련 조항에 대한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선관위는 국회를 향해 “유감”이라는 강도 높은 표현도 사용했다. 선관위는 “선거가 국민의 가장 중요한 주권 실현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한 선거환경이 지속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국회가 조속히 선거법 개정을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선거권 연령 하향 문제는 지난해 4월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될 때부터 논의된 사안이다. 여야가 후속 조치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지난 달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에 담을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민주당 등은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관계자는 “각 정당들이 파장을 감안해 후속 조치도 사전에 꼼꼼하게 따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선관위는 헌법재판소에서 2016년 위헌 결정이 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기탁금(1,500만원) 문제에 대해서도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헌재는 비례대표 선거 후보자 기탁금과 당내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예비후보자가 기탁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는 3년 넘게 관련 개정법을 처리하지 않고 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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