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유일의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 키미아 알리자데가 영원히 고국을 떠난다고 밝혔다. 이란을 대표하는 여성 중 한명으로 꼽혔던 그의 망명은 이란 내부의 억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AFP통신 등은 11일(현지시간) “태권도 선수 키미아 알리자데가 이란을 영구히 떠났다”고 보도했다. 알리자데는 인스타그램에 “‘안녕’이라 해야 하나, ‘잘 있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애도를 표해야 하나?”라고 시작한 글을 올렸다. 해당 글은 이란이 우발적으로 우크라이나 비행기를 격추했다고 밝힌 당일 게재됐다.
알리자데는 폐쇄적인 이란 사회가 여성 운동선수에게 가했던 폭력을 폭로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글에서 “이란 정부가 운동선수들을 정치적 목적에 사용하며 위선을 떨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말하라고 시키는 대로 말했고, 입으라고 시키는 대로 입어야만 했다”고 당국의 억압을 비판했다. 그는 “단지 태권도, 안전,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만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키미아 알리자데는 이란 여성을 대표하는 인물이었기에 그의 망명은 더 큰 충격을 준다. 알리자데는 이란 여자 태권도 국가대표로 2016년 브라질 올림픽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 고국에 영광을 안긴 바 있다. 지난해에는 이란 유일의 여성 올림픽 메달리스트로서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2019년 100인의 여성’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알리자데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란 관영 ISNA 통신은 9일 “키미아 알리자데가 네덜란드로 이민갔다”며 “그 곳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할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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