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수하고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이른바 ‘남매의 난’을 겪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중 어느 한편에 반도건설이 힘을 실을 경우 경영권 향방이 크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매의 부친인 고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이 있던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복심을 둘러싼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결국 힘을 합치게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대호개발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지난달 말 한진칼 보유 지분을 8.28%로 늘렸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지난해 10월 한진칼 지분 5.06% 보유를 공시한 뒤 10~11월 지분 1.22%를 추가 매수(총 6.28%)한 반도건설이 재차 지분율을 2%포인트 높이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 셈이다. 특히 이 회사는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취득’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반도건설은 이로써 한진 일가(지분율 28.94%)를 제외하면 KCGI(강성부펀드ㆍ17.29%), 델타항공(10%)에 이어 한진칼 3대 주주로 등극했다. 한진가는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로 각자 지분은 모두 반도건설보다 적다.
반도건설의 지분 매입 이유를 놓고 분석은 엇갈린다. 먼저 권 회장이 조양호 전 회장과 친분이 있었던 만큼 조원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있다. 남매의 난에 이어 이른바 ‘크리스마스 난동’으로 누나, 어머니와 등을 돌린 조 회장은 외부 우군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백기사 격인 델타항공은 더 이상 지분 추가 매입이 어렵다”며 “남매의 난이 벌어진 뒤 조 회장이 권 회장에게 ‘SOS’를 쳐서 지분 매입을 직접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권 회장이 이명희 고문과 더 각별하고 이미 조 전 부사장 측을 만났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반도건설이 경영권에 간여하며 사업 영역 확대를 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권 회장의 의중이 어떻든 간에 3월 주총을 앞두고 반도건설의 영향력이 높아진 건 확실하다. 재계에서는 반도건설이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본격화하며 몸값을 올릴 기회를 잡았다고 본다.
주총까지 다양한 합종연횡이 예상되는 가운데 결국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한진 일가가 타협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조 회장은 주총에서 출석주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연임에 실패할 수도 있다. 일가가 합심해 델타와 반도건설을 우군으로 삼아야 비로소 안심할 만한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도 원하는 걸 얻으려는 것이지 판을 깨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조 회장이 누나에게 경영 복귀와 함께 호텔ㆍ레저 경영권, 일부 인사권 등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합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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