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편안 전면 철폐” 노조 강경파 반대에 입장 못 좁혀
노동계 반대 속에 연금개혁 강행 의지를 밝혀 온 프랑스 정부가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겠다며 양보안을 내놨다.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매체 르피가로ㆍ리베라시옹 등은 이날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노조 대표들에게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은퇴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늦추기로 한 계획을 철회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필리프 총리는 지난 7일 파리 시내 노동부 청사에서 주요 노조와 사용자단체 대표들과 회동하고 퇴직연금 체제 개편안을 놓고 협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 개편안을 24일 내각에 제출할 계획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ㆍ직능별로 42개로 각기 다른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체제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년과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문제는 연금개편안에서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 중 하나다. 개편안에 따르면 퇴직 연령은 62세로 유지되지만 64세까지 일해야 보너스를 포함한 연금 전액을 수령할 수 있다. 정부는 현행 제도 하에서 퇴직연금 적자가 2025년에 172억유로(약 22조1,5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 연금 수령 시기를 62세에서 64세로 늦춰 국가재정 부담을 줄일 심산이다. 선진국 중 은퇴연령이 가장 낮은 프랑스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연금에 쓰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개편안이 사실상 퇴직연령을 늦춰 더 일하고 덜 받게 하는 구조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프랑스 국영철도(SNCF)와 파리교통공단(RATP)을 중심으로 총파업에 나서 11일로 38일차를 맞았다. 지난 1986년 12월 SNCF 노조가 임금과 근로조건에 반대해 벌인 28일간의 총파업 기록을 뛰어넘은 역대 최장 파업기록이다. 온건파인 프랑스 최대노조 민주노동총동맹(CFDT)조차도 연금수령 가능 연령을 늦추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은퇴연령 연장 철회 방침은 정부가 대치 국면을 해결할 출구전략을 제시한 것이지만 입장차를 좁히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CFDT는 “정부가 타협안 모색 의지를 보여준다”며 이 같은 움직임을 환영했지만 총파업을 주도한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은 여전히 연금개편안 전면 철폐를 주장하고 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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