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11일 역대 최다득표로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재선 일성으로 “어떠한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에 중국은 “분리주의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12일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최종 집계 결과 민진당 후보인 차이 총통은 817만231표(57.13%)를 얻어 552만2,119표(38.61%)에 그친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을 제쳤다. 격차는 당초 예상인 100만표 훌쩍 넘겨 260만표에 달했다. 투표율은 74.9%로 4년 전(66.3%)보다 8%포인트 이상 올랐다. 차이 총통을 지지하는 30대 이하 젊은층이 대거 투표소로 몰린 결과로 보인다.
총통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113석 중 민진당이 61석을 차지해 기존의 과반의석을 유지했다. 이로써 공무원 연금개혁과 방위력 증강 등 차이 총통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핵심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반면 국민당은 38석에 그쳤고, 한 시장의 정치적 기반인 가오슝에서도 8석을 모두 잃었다.
차이 총통은 11일 밤 당선이 확정된 뒤 “대만은 매번 선거에서 민주와 자유, 국가의 소중함을 일깨웠다”며 “주권과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국민들의 결의를 더 크게 외친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만의 민의를 존중하고 ‘중화민국 대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언제든 대화와 협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중국’을 고수하는 중국의 부당한 압력에는 끝까지 맞서 싸우되 상호 관계가 최악으로 추락한 만큼 개선의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콩에 이어 대만에서도 일국양제 원칙이 위협받게 된 중국은 우선 차이 총통의 기세를 누르는데 주력했다.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논평에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못 박고 “대만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전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특히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이 차이 총통의 당선을 축하한 것에 대해 “이들 국가의 행동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한발 더 나아가 “차이잉원과 민진당이 주관적 억측에 사로잡혀 사악한 길에 들어선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대중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은 차이 총통의 압승에 찬사를 보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대만의 자유시장경제와 활기찬 시민사회는 인도ㆍ태평양지역의 본보기”라며 “미국과 대만은 단순한 동반자가 아니라 정치ㆍ경제ㆍ국제적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치켜세웠다.
타이베이=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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