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형시술이 중년 남성의 필수 코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 곳에서 나이가 들면 퇴물 취급을 받다 보니 조금이라도 젊게 보이기 위한 몸부림이다.
실리콘밸리에서 30~40대의 남성 직장인들이 보톡스 주사나 얼굴 반점 등을 제거하는 레이저시술, 눈가나 목 주름을 없애는 리프팅시술 등을 받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전했다. 단순히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허영심 때문이 아니라 직장에서 쫓겨나거나 뒤쳐지지 않기 위한 생존의 방편으로 성형시술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형외과의 래리 팬은 “고객의 25%는 테크기업에서 일하는 남성들”이라며 “실리콘밸리에선 35세가 넘으면 한 물 간 것으로 취급되는 상황에서 중년 직장인들이 주변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받는 심한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니엘이라는 이름의 40대 직장인은 “2000년대 초에는 외모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면서 “직장에서 다른 사람보다 늙었다고 인식되면 맡게 되는 업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실리콘밸리의 거대 테크기업을 상대로 나이 때문에 해고되거나 취업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연령 차별을 문제삼는 법적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집단소송을 제기한 40세 이상 구직자 230여명에게 합의금으로 1,100만달러를 지급하기도 했다. 소송을 제기했던 이들은 구글이 ‘구글스러움(Googleyness)’과 ‘문화적 적합성’ 등을 내세우며 채용 과정에서 중년층을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IBM을 상대로 한 소송 과정에서는 IMB의 전직 인사담당 부사장이 법정에서 IMB이 지난 수년간 최대 10만명을 해고했음을 인정하면서 “늙고 고루한 조직이 아니라 구글이나 아마존처럼 쿨하고 트랜디한 조직으로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했다. 미국의 탐사 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는 “IMB이 지난 5년간 40대 이상 직원을 2만명 가량 해고했다”고 보도했다. 조사기관 페이스케일에 따르면 페이스북 직원의 평균 연령은 29세, 아마존은 30세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실리콘밸리의 직장인에게 낭만적 수사가 아니라 냉혹한 현실이다. 40세의 한 직장인은 WP에 “젊게 보이는 게 돈 버는 것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많다”면서 “보톡스 주사를 맞는데에 석달마다 500달러를 쓰는데 1년에 2,000달러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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