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연구원, 경기도민 1,200명 설문조사
80%는 ‘부자 되려면 부모 재산 많아야’

경기도민 상당수는 ‘우리 사회는 공정하지도 않으며 기회조차도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의 재산이나 중요하며 대입 관련해서는 학생부 위주의 평가보다 수능 위주의 평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은 2020년 새해를 앞두고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7명 이상은 ‘공정하지 않다’고 대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설문조사(신뢰도 95%, 오차범위 ±3.1%)는 지난해 12월 19~69세 경기도민 1,200명을 대상으로 모바일로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73.6%로 나왔다. ‘그렇다’라는 긍정적인 응답은 23.7%에 불과했다.
또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는가’라는 물음에도 71.3%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학력과 소득 수준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대학원졸 이상에서는 59.1%인 반면 대졸 69.9%, 전문대졸 이하는 74.3%로 나타났다. 소득별로는 월 800만원 이상인 경우 불공정하다는 평가가 64.4%, 200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75.8%로 집계됐다.

부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자신의 노력(18.7%)보다 부모의 재산이나 집안(81.3%)이 더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의 능력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느냐는 물음에 63.8%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것보다 적게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를 반영하듯 보상을 분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노력이나 투자를 많이 한 사람에게 더 많이 보상하는 ‘능력에 따른 분배’가 80.8%로 가장 높았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보상하는 ‘평등한 분배’(53.5%),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더 보상하는 ‘선별적 분배’(42.9%) 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각 분야별 공정성에 대한 설문에서는 평균 5.5점 이하(1점 ‘매우 공정하지 않음’, 10점 ‘매우 공정함’)로 조사됐다.
평균에 가장 가까운 분야는 교육으로 5.3점으로 집계됐으며 가장 낮은 분야는 법 집행으로 3.4점에 불과했다. 대·중소기업 관계(3.6점), 경제·사회적 분배구조(3.8점), 재산축적 기회(3.9점), 소득에 따른 납세(4.0점) 등이다.
아울러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울분 정도(4점 척도·4점에 가까울수록 울분을 크게 느낌)를 측정한 결과 3.39점으로 매우 높게 나왔다.
13개 이슈에 대한 울분 수준 조사에서 정치 부패(3.61점)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으로 불평등한 사법 관행(3.60점), 편파 보도(3.55점), 편파 수사(3.52점), 안전사고(3.46점), 개인·기업 갑질(3.45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할수록 신뢰도와 삶의 만족도가 낮고 울분의 정도도 높게 나왔다.

이밖에 대학입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해서는, 학생부 위주 전형(18.9%)보다 수능 위주 전형(62.8%)이 더 공정하다고 응답했다. 또 수능 위주 전형(19.2%)보다 학생부 위주 전형(69.4%)이 부유층 자녀에게 더 유리하다고 답변했다.
김도균 경기연구원 전략정책부장은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인식할수록 신뢰도와 삶의 만족도가 낮고, 불공정한 사회적 관행에 대해서는 응답자 대다수가 높은 수준의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며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자실이나 묻지마 범죄 등 사회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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