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중시’ 日서 상사에 예외 요청 어려워
SNS선 “근무 중 감기에 걸리면 어떡하냐”불만
대형 슈퍼와 편의점 등을 계열사로 둔 일본의 대형 유통기업이 매장에서 판매원이나 계산대 점원 등 손님을 대하는 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다.
해당 업체는 마스크 착용이 손님과의 소통을 가로 막고 점원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겨울철 감기 등 질병 예방을 위해 허용되어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해당 기업 측은 일부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지만, 정작 직원들은 ‘공기를 읽다’는 표현처럼 주변 분위기를 의식하는 일본 사회의 특성상 마스크 착용 금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사내 분위기에 불만이 크다.
유통기업 이온은 지난달 13일 사내 이메일을 통해 “손님을 대할 때 마스크 착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얼굴의 절반을 가리게 돼 고객 입장에선 점원의 표정을 파악하기 어렵고 목소리도 알아듣기 힘들어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점원의 컨디션이 안 좋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도 이유였다. 다만 △감기 등으로 기침이 심할 경우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등에 대해선 상사의 허가를 전제로 예외를 인정했다.
그러나 사내 메일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시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수험생 자녀를 두었는데 매장 근무를 하다 감기에 걸리면 어떡하냐”, “종업원의 위생ㆍ안전이란 관점에서 적절한 조치인가”, “매장이 건조해 기침하는 손님들도 많기 때문에 손을 씻는 것만으로는 질병 예방에 부족하다” 등의 지적들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온 측은 “마스크 착용 ‘금지’까지는 아니다”면서 “식품 조리 담당자들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이지만 접객을 담당하는 경우 상사의 허가를 받아 마스크 착용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간 고객 접대 시 마스크 착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번 기회에 회사의 공식 입장을 작성했다는 것이다. 각 매장과 점원의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지만 ‘착용 금지’ 가이드라인을 일단 정한 상황에서 상사에게 마스크를 쓰고 싶다는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게 직원 다수의 의견이다.
소비자들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젊은층에선 자신의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나 패션 아이템으로 마스크를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이들이 꽤 많다. 이들은 “점원이 마스크를 착용했다고 해서 별달리 나쁜 인상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다. SNS에선 서점이나 미용실, 약국 점원들도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반면 중ㆍ장년층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손님을 접대하는 것에 대해 “예의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손님 접대 시엔 상대방의 기분이 최우선 고려사항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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