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보수단체와 진보단체가 모여 각 상반된 주장을 펴며 세 대결을 벌였다. 광화문에서 동시에 집회가 열리면서 서로를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이날 정오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진행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겸 범투본 대표인 전광훈 목사는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이던 검사들을 쫓아냈다”며 추 장관의 최근 행보를 비판했다. 이날 보수단체의 집회현장에는 ‘윤석열 화이팅’ ‘추미애 탄핵’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눈에 띄었다. 과거 ‘박근혜 탄핵 무효’ ‘문재인 하야’라는 문구가 보였던 이전 집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경북 경산에서 상경해 매주 범투본 집회에 참석한다는 문경원(67)씨는 “정부가 무분별한 검찰인사 전횡을 일삼고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통과를 강행했던 정부의 속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사퇴”를 촉구하는 진보성향 단체들도 광화문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6시 광화문촛불연대와 윤석열사퇴범국민행동본부 등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중앙광장에서 ‘2020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통과된 공수처 다음은 정치검찰 척결이 목표”라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에서 온 박우신(31)씨는 “검찰이 적폐 그 자체”라며 “검찰개혁이야말로 적폐청산의 완성”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추 장관의 검찰 고위직 인사를 보고 속이 통쾌했다”며 “추 장관에게 끝없는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2020 광화문탈환 촛불문화제’는 광화문광장에서 1시간 30분 가량의 집회를 마친 뒤 ‘윤석열 사퇴 정치검찰 퇴출’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안국동사거리와 종각사거리를 거쳐 조선일보 사옥까지 행진했다.
같은 장소에서 보수, 진보 단체가 모두 집회를 열어 충돌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47개 중대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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