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0년 전엔 美가 이란 여객기 격추… KAL기도 옛 소련에 피격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0년 전엔 美가 이란 여객기 격추… KAL기도 옛 소련에 피격

입력
2020.01.11 00:59
6면
0 0

우크라 여객기 이란서 격추 계기 과거사례 재조명… 대부분 보상 흐지부지

1983년 9월 옛 소련 상공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 잔해. 당시 일본 오호츠크해 연안에서 여객기 파편과 승객 소지품 198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3년 9월 옛 소련 상공에서 격추된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 잔해. 당시 일본 오호츠크해 연안에서 여객기 파편과 승객 소지품 198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지대공 미사일(SA-15)에 맞아 격추됐다고 미국과 캐나다가 주장하면서 과거 민간 항공기를 겨냥한 군사공격 사례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사고처럼 공격 주체가 범행을 부인한 경우는 드물었지만 보상 등 법적 절차는 대부분 흐지부지 끝났다.

◇반군 발사한 미사일에 피격

2014년 7월1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MH17은 내전 중이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상공에서 추락했다. 당시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298명 전원이 숨졌다. 호주 벨기에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등 5개국은 조사에 착수했다. 유력한 추락 원인으로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이 발사한 지대공미사일에 피격됐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실상 러시아에 책임을 물은 셈이지만 러시아 정부는 “아무런 개입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지난해 국제조사팀은 러시아 정보기관 전ㆍ현직 관련자 3명과 우크라 반군 1명을 항공기 격추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피해 보상 등에 대한 논의는 착수조차 하지 못했다.

◇美-이란, 20년 전에도 ‘악연’

이번 사고의 두 주역 이란과 미국이 관련된 사고도 있다. 게다가 사고 장소까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 상공이다. 이란-이라크 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들던 1988년 7월3일, 승객 274명과 승무원 16명 등 290명을 태우고 이란 메흐라바드공항을 출발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655편 에어버스 여객기가 미 해군 빈센스함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격추돼 승객 전원이 숨졌다. 미국은 당시 민간 항공기를 이란 공군의 F-14 전투기로 오인해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 초유의 함대공 미사일 발사 사고가 일어난 만큼 가해자인 미군 내에서도 논란이 커져 군사 재판 및 자체 진상 조사가 뒤따랐다. 그러나 조사 결과, 함장과 승조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8년이 흐른 1996년 미 행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 유가족에게 배상금 6,18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이란과 합의했다.

◇냉전의 상처 대한항공 007기

냉전이 한창이던 1983년 9월1일, 미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가던 대한항공 007편 여객기가 옛 소련 상공에서 수호이 전투기가 발사한 미사일에 피격됐다. 사고기는 사할린 서쪽에 추락했고 탑승자 269명 전원이 숨졌다. 당시 미사일을 쏜 전투기 조종사 겐나디 오시포비치 소련 방공군 대령은 여객기를 군사용 정찰기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사에서 007기가 민항기인 줄 몰랐으며 창문 사이로 어떤 인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오시포비치 대령은 소련 붕괴 뒤인 1996년에야 민항기 인지 사실을 시인했다. 대한항공 측은 사고 이후 즉각 보상 절차에 착수해 피해자 1인당 최대 10만달러를 지급했다. 반면,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지금껏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