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미국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날 생일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덕담 메시지를 전해주도록 요청해 당일 북측에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메시지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단순 덕담인지, 비중 있는 협상 제안까지 포함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 을 선언하며 사실상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접는 분위기여서 이번 메시지가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협상은 실무회담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포괄적 핵협상 타결을 원하는 미국과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며 선제적 비핵화 조치의 대가를 바라는 북한이 ‘셈법’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결과다. 결국 북한은 “새 전략무기” “충격적 실제 행동” 운운하며 도발 의지까지 내비친 상태다.
지난달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의 한국, 중국 방문 등으로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계속 모색하긴 했지만 미국 역시 대선 일정이 다가오면서 협상 동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었다. 예정에 없던 만남을 청해 대북 메시지까지 부탁한 것은 최근 이란 사태로 쏟아지는 국내외 비난의 돌파구를 북핵 협상 진전에서 찾으려는 계산으로 볼 수도 있다.
정 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대목도 눈여겨볼 만하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북미 대화와 별개로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여러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제재 등으로 전면적인 남북 사업 재개는 어렵더라도 접경 지역 협력이나 스포츠 교류, 금강산 개별 관광 등은 가능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한미 공감대가 마련돼 실제 사업이 추진된다면 비핵화 협상을 재촉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북한이다. 남측과 미국의 협력, 대화 요청을 북한이 더는 거절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에서 “미국과 적대세력들”을 맹비난하면서도 “우리에게 있어서 경제 건설에 유리한 대외적 환경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비핵화 협상을 재개해 개방을 통한 경제발전을 도모하지 않고서는 지금 같은 국제 제재 아래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형편이 나아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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