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발전 후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의 임시 저장 시설(맥스터)이 추가로 건설된다. 이에 따라 2021년 11월 월성 원전의 기존 저장시설 포화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사용후핵연료 처리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맥스터는 임시 시설일 뿐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인 사용후핵연료 처분 정책이 시급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0일 서울 광화문에서 113회 회의를 열고 맥스터 추가 건설 계획을 담은 ‘월성 1~4호기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께 상정된 이 안건은 격렬한 논의 끝에 3시간 만에 최종 가결됐다.
회의 내내 위원들 간 의견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호철(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위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6월 제출한 사고관리계획서에 대해 2015년 개정된 관련 법을 엄밀히 적용해 원안위에서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재영(계명대 의대 교수), 진상현(경북대 행정학부 교수)위원은 이에 찬성했다. 반면 이경우(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이병령(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장찬동(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 위원은 지금까지의 기술적 검토만으로 충분하다고 맞섰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이어지자 엄 위원장은 표결을 제안했고, 원안위 당연직 위원을 포함한 재적 위원 8명 가운데 6명이 표결에 동의했다. 구두로 한 명씩 입장을 밝히는 방식으로 안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김호철, 진상현 위원을 제외한 6명이 가결에 찬성했다. 김호철 위원은 “법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아 원안위 권위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김재영 의원은 “현실적으로 많은 요구들이 있어 찬성하지만, 원전 폐기물 정책이 법적으로 미비한 데다 부처별로 따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원전은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를 별도 습식저장시설(수조)에 보관하고 있다. 월성 원전에는 수조에서 열이 어느 정도 식은 사용후핵연료를 옮겨 놓는 건식저장시설(콘크리트 건물)도 있다. 이런 건식저장시설 중 하나가 맥스터다.
한수원은 월성 원전에 맥스터 7기를 건설해 2010년부터 이용해왔는데, 지난해 9월 기준 저장률이 91.8%에 달한 상태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이대로라면 내년 11월 월성 맥스터는 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맥스터가 꽉 차면 월성 2~4호기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기에 한수원은 맥스터 7기를 추가로 짓겠다고 2016년 4월 원안위에 허가를 신청했다. 이날 의결로 맥스터 증설은 가능해졌지만, 기존 맥스터 포화 전 완공될 지는 미지수다. 한수원측에선 향후 맥스터 건설과 지방자치단체 신고 절차에 총 22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습식과 건식 저장시설은 모두 임시방편이다. 최종 처분시설은 아직 건설은 커녕 기술 개발이나 정책 수립마저 답보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사용후핵연료를 땅 속에 묻을 영구처분시설을 2053년 가동하겠다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세웠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재검토하겠다며 지난해 5월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탈퇴하는 등 지난 정부 때의 갈등이 재현되고 있다. 김경수 방사성폐기물학회장은 “방사성폐기물을 줄이는 독자 기술 개발과 함께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 방식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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